‘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메이저 중의 메이저 골프대회로 불린다. ‘선수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어 하는 대회’ 조사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고, 갤러리 암표도 다른 메이저 대회보다 훨씬 비싸게 팔린다. 정상가 375달러인 4일 관람권은 올해 타이거 우즈의 복귀 소식에 1만달러까지 치솟았다.

마스터스가 세계 최고 대회가 된 건 역사와 전통 때문만은 아니다. 1934년 출범한 이 대회는 4대 메이저 중 가장 늦게 시작했다. 디오픈(1860년), US오픈(1895년), PGA챔피언십(1916년) 등 나머지 3개 대회는 모두 역사가 100년을 넘었다. 올해 상금을 1500만달러(약 180억원)로 대폭 올렸지만, 작년 기준으로 보면 4대 메이저 가운데 가장 낮다.

그런 마스터스가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마스터스의 성공 비밀을 풀려면 오거스타내셔널GC부터 해부해야 한다. 마스터스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미국골프협회(USGA) 등 각종 협회가 아닌 골프장(오거스타GC)이 주최하는 유일한 메이저 대회다.

오거스타GC는 남들과 다른 독특한 마케팅과 평소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 신비주의로 세계 골프팬을 사로잡았다. 이런 식이다. 오거스타GC는 마스터스 대회 수입을 후원자란 뜻의 ‘패트런’에게 판 입장권과 기념품 판매, 중계권료로 채운다. 입장권도 패트런에게 한정해 딱 5만 장만 판다.

대회장 어디에도 스폰서 로고를 노출하지 않는다. 중계권료를 덜 받더라도 중간 광고는 4분 이내로 제한한다. 시청자가 경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취지에서다. 이러니 골프팬들이 열광한다.

마스터스가 안 열릴 때 오거스타GC는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는 ‘고급 사교클럽’이 된다. 전체 회원 수, 그린피 등 거의 모든 게 비밀이다. 오거스타GC에 이런 걸 문의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은 ‘답할 수 없다’는 것”이란 답이 돌아온다.

골프업계에선 오거스타GC 회원 수를 300명 안팎으로 파악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등이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거스타GC 회원은 회비를 많이 낸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철저하게 심사제로 회원을 뽑는다. 회원이 마음대로 회원권을 팔거나 양도할 수도 없다. 좀처럼 회원 수도 늘리지 않는다. 기존 회원이 사망하면 오거스타GC가 회원권을 회수한다.

비용은 1인당 그린피 200~300달러, 1인당 캐디피 100달러 등으로 음식값을 포함해 500~600달러 정도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거스타GC에서 치려면 다리 힘부터 길러야 한다. 18홀 모두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카트길이 없는 홀도 많다. 카트는 장애가 있거나 걷기 힘든 사람만 탈 수 있다.

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