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의로 절충점 찾은 듯…선관위 위원까지 갈등요인 해소
블랙리스트 논란, 공공기관 '알박기' 공방 등 뇌관도 남아
신·구 권력 인사권 충돌 일단락…감사위원 '한명씩' 나눠가져
대선 이후 정국을 얼어붙게 했던 신·구 권력 간 인사권 충돌이 15일 일단락됐다.

이남구·이미경 감사원 감사위원 내정자, 김필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후보자의 인사가 일거에 발표되면서다.

가장 '뜨거운 감자'로 꼽혔던 감사원 감사위원의 경우 청와대 출신 인사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학 동기가 나란히 임명되는 등 한 자리씩을 나눠서 차지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은 모양새다.

다만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문제 등 인사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한달 남짓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신·구 정부가 인사권 문제로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앞서 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인 측은 지난 3월 대선 이후 원활한 정권이양을 위한 실무협의를 시작했다.

실무협의의 최우선 과제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회동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었으나, 양측이 각종 현안에서 충돌하며 만남이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이 때 '집무실 이전' 문제와 더불어 양측이 가장 크게 부딪힌 사안이 인사권 문제였다.

윤 당선인 측은 한국은행 총재, 감사원 감사위원 공석 2자리, 중앙선관위 위원 등의 인사를 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해서는 안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법으로 보장된 인사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맞섰다.

이 자리들 중 가장 첨예한 대립이 벌어졌던 게 감사원 감사위원 2자리였다.

감사원의 의사결정 기구인 감사위원회는 총 7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날 전까지는 5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갈등이 길어지자 국민의힘 측에서는 '문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인사를 4명 이상으로 구성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감사에 제동을 걸려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고 양측의 감정싸움은 점점 거칠어졌다.

그러던 중 감사원 측이 인수위원회 상대 업무보고에서 감사위원 2자리의 임명제청에 대해 "현시점처럼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논란이나 의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히면서 사태는 변곡점을 맞았다.

사실상 감사원이 '윤 당선인 측이 거부하는 인사는 제청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로서는 계속 대립을 이어가기보다는 어떻게든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전격 만찬회동을 하면서 양측 사이에도 '인사 문제를 잘 풀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양측 협의 결과 이남구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하는 것으로 양측은 결론을 내렸다.

이남구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미현 교수는 윤 당선인과 대학 동창이라는 점에서 한 자리씩을 나눠 가진 모양새가 됐다.

여기에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으로 김필곤 '법무법인 오늘' 대표변호사가 낙점되면서 한은 총재 - 감사위원 - 선관위원으로 이어졌던 신·구 권력의 인사 갈등도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직 뇌관은 남아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정부 부처 산하기관장들이 부당한 방식으로 퇴출당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공공기관 '인사 알박기' 문제를 두고도 치열한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인사권을 둘러싼 양측의 감정대립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우며, 언제 어떤 계기로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