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좌파 표심 절실한데…우파 사르코지 "마크롱 뽑겠다"
1차 투표서 22% 득표한 3위 극좌 후보 지지자 향배에 촉각
[특파원 시선] 전직 대통령 지지에도 웃지 못하는 마크롱
박빙 승부를 예상하는 대통령선거를 앞둔 후보에게 한 표, 한 표가 소중하겠지만 누군가의 지지 선언은 후보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에 진출하면서 연임에 한 발짝 다가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지지를 얻은 것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처지인 것처럼 말이다.

중도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에 앞서 2007∼2012년 엘리제궁을 차지했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 1차 투표에서 처참한 결과로 폭삭 주저앉다시피 한 우파 공화당(LR) 출신이다.

2012년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했다가 좌파 사회당(PS) 후보 프랑수아 올랑드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공화당 내에서 차지하는 입김은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적이 없고, 사석에서는 혹평도 마다하지 않은 발레리 페크레스 공화당 대선 후보는 1차 투표에서 5%의 득표율도 얻지 못했다.

[특파원 시선] 전직 대통령 지지에도 웃지 못하는 마크롱
그런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프랑스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1차 투표 결과가 나오고 나서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2차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뽑겠다며 힘을 실어줬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국제 위기에 직면했을 때 필요한 경험이 있으며, 유럽에 관한 공약이 명백하고 모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를 뽑겠다는 이유를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카메라 앞에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믿음과 지원에 감사하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우파 전직 대통령의 지지 선언은 오히려 그의 재선 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르펜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한 것을 계기로 결선에서 자신에게 표가 밀려올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파원 시선] 전직 대통령 지지에도 웃지 못하는 마크롱
좌파 사회당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지만 '부자들의 대통령' 이미지로 좌파 진영에서 우파 정치인으로 인식하는 마크롱 대통령을 전직 우파 대통령이 지지한 것은 그가 오른쪽에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승패의 방향키를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좌파 유권자로서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등에 업은 마크롱 대통령이 선거가 끝나고 나면 공화당과 손을 잡을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압도적인 득표율 차이로 르펜 후보를 눌렀던 5년 전 대선 결선 때와 달리 올해는 접전을 예측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았다 보니 좌파 진영의 지지가 절실한 마크롱 대통령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행보일 수 있다.

지난 10일 1차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 27.84%, 르펜 후보 23.15%에 이어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량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가 21.95%의 득표율로 3위에 올랐다.

2∼3위 간 득표율 차이는 1.2%포인트에 불과하다.

멜랑숑 후보는 투표 결과가 나오고 나서 지지자들에게 르펜 후보에게 단 한 표도 내줘서는 안 된다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마크롱 대통령을 뽑으라고 독려하지도 않았다.

[특파원 시선] 전직 대통령 지지에도 웃지 못하는 마크롱
멜랑숑 후보가 낙선했던 2017년 대선 때만 해도 결선 후보 중 누구를 찍으라거나, 찍지 말라는 뜻을 밝히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올해 그의 입장 표명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멜랑숑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다시 엘리제궁을 내어주느니, 르펜 후보를 당선시켜 힘이 빠진 좌파 세력을 결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투표장에 가서 마크롱 대통령도, 르펜 후보도 찍지 않은 빈 투표용지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멜랑숑 후보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자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1차 투표 전만 해도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가 결선에서 만난다면 마크롱 대통령이 2%포인트 차이로 신승을 거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었지만, 지금은 그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소프라 스테리아는 14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 득표율을 55%, 르펜 후보 득표율을 45%로 예상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와 피뒤시알은 마크롱 대통령이 53.5%로 르펜 후보(46.5%)를 이긴다고 예측했다.

[특파원 시선] 전직 대통령 지지에도 웃지 못하는 마크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