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은행이 총재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경제부 전민정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전 기자, 한은이 기준금리를 또 올린 가장 큰 이유는 '물가' 였는데요.

미 연준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을 예고한 것도 명분을 더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한은도 금리인상으로 연준과 보폭을 맞춰야 하는데요.

왜냐면, 우리가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올해 안에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이 한국의 기준금리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이 일어날 수 있어서입니다.

미국 연준이 5월과 6월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씩 인상할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1.25~1.5%가 되는데요.

이후 몇 차례만 0.25%포인트 또는 0.5%포인트씩 높여도 수개월 내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아져 역전될 가능성이 커지겠죠.

일단 이날 한은의 0.25%포인트 인상으로 미국 연준 기준금리와는 1.00∼1.25%포인트의 격차가 벌어지긴 했습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건,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경우, 금리 매력이 떨어져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인데요.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한미간 금리 역전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자본 유출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지만,

"금리 격차가 커지면 원화 가치가 절하될텐데, 그것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조금 더 우려하고 봐야 한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앵커>

이번에 총재 공석 상태에서도 급하게 기준금리를 1.50%까지 끌어올렸는데,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겁니까?

<기자>

전문가와 시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연말까지 두 차례 이상 더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거센 물가상승 압력과 미국의 예상보다 빠른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하려면 기준금리가 연내 최소 2% 정도까지는 높아져야 한다, 이렇게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오늘 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국의 적정 기준금리가 2.33%로 추정된다면서요.

한미간 기준금리차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국내 기준금리가 2.86%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은 한국은행이 올해 3분기, 4분기, 내년 1분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 내년 1분기 기준금리가 2.25%가 될 것으로 전망했고요.

관련해서 전문가 인터뷰도 함께 들어보시죠.

[박성욱 /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 연내 2% 정도까지 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고…물가상황이나 경기상황 자체가 유동적이니까, 물가는 생각보다 빨리 올라가고 경기는 둔화 폭이 크지 않다면 금리인상 속도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리는 건 알겠는데, 문제는 기준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소비자와 기업의 대출 이자부담이 커진다는 점 일텐데요.

<기자>

우선 가계 이자 부담을 살펴보면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전체 잔액 중 76%가 변동금리 대출인 점,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도 같다고 가정했을 때 대출금리가 딱 기준금리 인상 폭인 0.25%포인트만 올라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원 넘게 늘어나게 됩니다.

지난해 8월부터 금리가 1%포인트 오른 약 8개월간 늘어난 이자는 무려 13조원에 달합니다.

<앵커>

기업들의 경우는 어떤가요.

<기자>

올해 국내 기업의 이자비용은 역대 최대인 7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요.

비금융기업의 올해 이자비용은 66조9천억원에서 72조6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해 안에 연 1.75~2.25% 수준까지 높인다는 가정에 따라 산출한 금액인데, 지난해보다 무려 8조원 넘게 불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최근 미 연준의 긴축 움직임과 추경 여파로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금리까지 치솟았는데요.

이로 인해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기업 감당해야 하는 이자가 늘어나면 그렇잖아도 어두운 경기 전망이 더욱 악화될 수 있겠는데요.

<기자>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 펜데믹에 경기는 어려워졌고, 원자재값과 물류비 상승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기업들은 죽을 맛인데요.

이자비용까지 늘어나면 당장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투자와 고용은 더 위축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이렇게 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 내는 한계기업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어질 기준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인데요.

회사채 발행 기업들에 국고채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경우, 채권 시장에서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자금 압박이 거세질수록 기업들은 고금리 대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고요.

특히 중소기업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이 8.48%포인트나 증가할 만큼 금리 인상에 취약한 만큼, 정부의 추가대책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관련해서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시겠습니다.

[노민선 /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금리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완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금리 인상으로 한계기업의 부실화가 심각해지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도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아졌는데요. 주식 투자를 할 때 어떤 점을 좀 눈여겨봐야 할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이럴때 일수록 부채 부담이 낮은 기업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요.

여기에선 일단 코스피 상장사 중 부채비율이 200% 이상이거나 이자보상 배율이 1.5배를 밑도는 기업은 투자 대상 리스트에서 지우라고 조언했습니다.

부채비율은 기업 자산 중 부채의 비중을 의미하고, 이자보상배율이란 한 해 영업이익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이자비용을 의미하는데요.

이자보상배율이 낮을수록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기 때문에, 빚이 적고 이자보상배율이 높은 탄탄한 기업을 골라야 한다는 겁니다.

이 증권사는 시가총액이 5천억원 이상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으면서 부채비율이 낮고 이자보상배율은 높은 기업, 또 올해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추렸는데요.

표에서 보시다시피 롯데정밀화학, 고려아연, 대덕전자, 한일시멘트, 삼양식품이 순위에 들었습니다.

요즘처럼 비용 증가 압박이 큰 상황에서는 수익률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종목을 고르는 지혜를 발휘해야 겠습니다.

<앵커>

오늘 내용 유튜브 제목과 해시태그 뽑아볼까요.

<기자>

유튜브 제목은 "기준금리 3% 간다…우량 기업에 투자해라"

해시태그는 '기준금리 질주', '기업은 죽을 맛' '빚부담 적은 기업 찾아라' 이렇게 하겠습니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
이자부담만 '70조'..."빚 부담 적은 기업에 투자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