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인종차별·원치 않는 임신 등이 주요 범행동기
브라질, 작년 '페미사이드' 1천300건…2천300명 졸지에 고아
고질적인 치안 불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브라질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기승을 부리면서 희생자가 늘어 고아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브라질 글로부 TV는 비정부기구(NGO) 브라질공공안전포럼(FBSP) 자료를 인용, 여성에 대한 폭력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페미사이드'로 인해 지난해 2천300여 명의 고아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럼은 "지난해에만 여성 살해 사건이 1천300여 건 일어났으며, 이는 1주일에 평균 25명의 여성이 야만적인 범죄 행위의 희생자가 됐다는 증거"라면서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폭력이 갈수록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럼의 조사에서 여성 사망자의 ‎‎97.8%는 ‎‎현재 또는 이전 배우자나 인척‎‎에 의해 살해됐고, ‎‎66.7%‎‎는 ‎‎흑인 여성이며, 70% 이상이 ‎‎18∼44세 사이 가임 연령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정 폭력 외에 인종 차별과 원치 않는 임신 등이 범행의 동기가 됐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포럼 측은 설명했다.

포럼의 사미라 부에누 대표는 "경찰 보고서를 기준으로 조사가 이뤄진 탓에 실제 여성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브라질에서는 좌파 정권 시절이던 2015년 '페미사이드'를 증오 범죄의 하나로 간주하고 엄격하게 처벌했으나 2019년에 극우 정권이 등장한 이후에는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브라질의 인류학자인 아드리아나 지아스는 극우 정권 3년여 동안 신나치주의 단체가 3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들 단체들이 온라인을 통해 남성우월주의와 ‎‎여성에 대한 증오, ‎‎흑인·성 소수자·이민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긴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브라질에서는 한동안 여성 운전기사가 여성 승객을 태우는 '페미 택시'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으나 지금은 흐지부지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