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GDP 0.5∼0.7%p 감소 영향도…지난해 온실가스 오히려 늘어"
"정책 대대적 수정 불가피…재생 에너지와 원전 조화 등 전략 세울 것"
인수위 "文정부 탄소중립 그대로 가면 2050년 전기료 5배 올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2일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면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고 연평균 국내총생산(GDP)도 줄어들 수 있다며 대대적인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인수위 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팀은 관련 부처 업무보고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을 국제사회에 표방하며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탄소중립정책이 실제로는 실현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는 한편 민생 압박요인도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수위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정책 수정을 예고해 현 정부와 긴장 수위가 높아질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탄소중립 5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탄소중립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길이자 가야만 하는 길"이라면서 "다음 정부에서 에너지 믹스 정책은 바뀔 수 있지만, 탄소중립 정책의 근간은 변함 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한바 있다.

인수위는 이날 "2050 신재생 에너지 비중 70% 등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그대로 추진할 경우 2050년까지 매년 4∼6%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관계당국은 내다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월평균 350kwh(킬로와트시)의 전기를 사용해 현재 4만7천원을 내는 4인 가구가 2025년 5만3천∼5만6천원, 2030년 6만4천∼7만5천원, 2035년 7만8천∼10만원의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는 추산을 공개했다.

인수위는 "추세가 계속되면 2050년의 경우 전기료는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더라도 지금보다 5배 이상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 추진에 따른 부담이 국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거론했다.

인수위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1년 비공개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2050년 탄소중립 달성' 때는 2030년까지 연평균 0.7%포인트, 2050년까지 연평균 0.5%포인트의 GDP 감소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한전의 영업이익 악화 원인도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년간 원자력발전 발전량이 줄면서 전기요금 총괄원가의 80%를 차지하는 한국전력(한전)의 전력구입비가 문재인 정부 5년간 13조원 늘었다는 게 인수위의 설명이다.

이는 정비일수 증가 등 원전 평균 이용률 저하로 발생한 추가 전력구매분 8조1천억,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1조5천억원, 신한울 1·2호기 준공 5년 지연에 따른 3조4천억원 추가 지출을 더한 수치다.

인수위는 또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4.16%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원전은 감소한 반면 석탄발전이 소폭 증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16% 급증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국가 온실가스정보 종합센터는 올해도 온실가스 배출이 1.3% 이상 늘어 총 6억8천500만톤(t)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가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온실가스 배출은 사실상 이와 역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던 온실가스 증가율이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가동률을 낮춘 2017년 2.5%, 2018년 2.3% 증가세로 반전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은 원전 가동률이 높아진 2019년에는 다시 3.5%,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2020년에는 7.5% 감소한 바 있다.

인수위는 "정권이 교체돼도 글로벌 목표인 탄소중립에 한국도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와 민생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서 정책 조합(policy mix)은 대대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잠정 결론"이라고 밝혔다.

인수위는 "탄소중립에 소요되는 비용과 부담주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산업계를 비롯해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며 "이에 따라 탄소중립 추진 기반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여러 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수위 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팀은 실현 가능한 탄소 중립을 위해 5가지의 정책방향을 세워 '국민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 보고서'를 작성해 윤석열 당선인에게 직접 보고할 계획이다.

인수위는 5대 정책방향으로 ▲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수요 관리 강화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탄소중립 에너지믹스와 전력시스템 혁신 ▲ 녹색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R&D) 체계 고도화 및 탄소중립형 신성장동력 창출 ▲ 탄소배출권 제3자 시장 참여 확대, ESG 경영 연계, 세제 보완 등을 통한 녹색금융 본격화 ▲ 미국 등 주요국과의 기후에너지동맹 글로벌 협력체제 강화 ▲ 탄소중립·녹색성장 거버넌스 전략적 재구성을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