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스모킹건' 정영학 녹음파일 25일 법정서 첫 공개

대장동 분양 대행업자 "토목업자 협박에 김만배가 100억원 건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의 진상을 밝힐 '스모킹 건'(결정적인 증거)으로 지목된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파일이 이달 말 법정에서 공개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공판을 열어 "녹음파일에 대한 증거조사를 25일부터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예상되는 재생 시간은 30시간 정도"라며 "하루 6시간씩 재생하면 (녹음파일 증거조사에) 다섯 차례 기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달 25일 이후의 일정은 재판 일정을 고려해 추후 확정하기로 했다.

해당 파일은 정 회계사가 2019∼2020년 김씨와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대장동 수사의 핵심 증거로 꼽힌다.

그 내용이 언론에도 잇달아 공개됐으나 법정에서 재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공판에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친척이자 대장동 아파트 분양 대행업을 맡은 컨설팅업체 대표 이기성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2012년 변호사였던 박 전 특검 사무실에서 김씨를 처음 만나 알게됐고 2013년에는 건설업계 사람들의 모임에서 남 변호사를 처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토목업자 나모 씨가 대장동 사업의 비리를 폭로해 김만배와 남욱을 모두 매장시키겠다고 협박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나씨는 대장동 토목 사업권을 기대하고 이씨에게 20억 원을 건넸으나 사업권을 얻지 못한 뒤 이씨와 갈등을 겪은 인물이다.

이씨는 이날 증인신문에서도 검찰이 '실제 나씨로부터 비리 폭로 위협이 있었냐'고 묻자 "그런 맥락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이 "천화동인 1호를 관리하는 김만배로부터 수표 100억 원을 받아서 지급한 것이 맞나"라고 묻자 이씨는 "그렇다"고 했다.

이씨는 다만 김씨가 나씨에게 줄 돈을 건넨 이유에 대해서는 "김씨가 직접 협박받은 일은 없고 나씨와 일면식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씨는 나씨가 무슨 일로 협박하는지 정확히 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