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늪, 람사르 협약 국내 1호 습지…밤새 불머리 차단 안간힘
대암산 용늪으로 번질 뻔한 양구 산불…긴박했던 진화 작업
중동부 전선 최전방지역인 강원 양구에서 이틀째 이어진 산불이 북쪽으로 번지면서 이를 차단하기 위한 긴박한 진화작업이 벌어졌다.

지난 10일 오후 강원 양구읍 송청리에서 시작된 산불은 초속 10m 바람을 타고 북동쪽으로 금세 확산했다.

산불이 양구읍과 국토정중앙면 가오작리를 연결하는 도로를 뛰어넘어 확산하면서 산불 진화 현장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양구 지역 가운데로 이어진 산을 따라 산불이 번짐에 따라 산불 인근 민간 주변에 소방차량과 공무원을 배치하고 미리 물을 뿌리는 등 안간힘을 썼다.

지방자치단체의 신속한 대처 등으로 521㏊가 잿더미로 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주변 민가와 인명 피해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암산 용늪으로 번질 뻔한 양구 산불…긴박했던 진화 작업
하지만 산불이 그대로 북상하면 대암산으로 번지고 인근 DMZ(비무장지대)와 북쪽으로도 확산할 수도 있어 밤사이 진화 현장에는 비상이 걸렸다.

산림청은 헬기가 진화작업을 벌일 수 없는 공중 진화대원 35명을 투입해 밤새 진화작업을 벌인 끝에 가오작리 일원에서 북상하는 불머리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산불 지역과 대암산과는 20㎞가량 떨어져 있지만, 산불이 한 시간에 4∼5㎞씩 북상하던 점을 고려하면 산불 진행 방향 앞에 놓은 대암산은 풍전등화 상왕이었다.

대암산에 자리 잡은 용늪은 람사르 협약 국내 1호 습지이자 국내 유일 고층 습원이다.

당국은 11일 날이 밝자 지상 진화 인력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짙은 연무 때문에 계획했던 헬기 30대를 투입하지 못해 주불을 잡는 작업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대암산 용늪으로 번질 뻔한 양구 산불…긴박했던 진화 작업
짙은 연무는 양구 지역이 분지인 특성과 관련 있다.

이 때문에 양구 지역은 종일 자욱한 산불 연기가 고여 있어 현장 진화대원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김정숙(75.양구읍 상리)씨는 "밤에 불이 집 주변까지 확산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해 개 2마리는 논 가운데로 대피시키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조인묵 양구군수는 "양구 역사 이래 가장 큰 산불이 발생했지만, 민가 주변에 미리 물을 뿌리는 등 신속히 대처해 인명 피해 등은 막았다"며 "밤사이 불 머리를 잡지 못했으면 대암산과 DMZ 방면으로 번질 수도 있어 아찔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