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인정(48) KB손해보험 감독은 사령탑 부임 첫 시즌에 구단의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 역사를 바꿔놨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를 끝낸 뒤 후인정 감독은 "정말 아쉽다"고 했다.

KB손해보험은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2-3(22-25 25-22 26-24 19-25 21-23)으로 패해 3전 2승제의 시리즈를 1승 2패로 끝냈다.

정규리그도 2위, 챔피언결정전 결과도 준우승이었다.

3차전이 끝난 뒤 만난 후인정 감독은 "정말 아쉽다.

이렇게 시즌이 끝났다"며 "5세트 (대한항공 레프트) 정지석이 서브를 넣기 전에 리시브가 강한 선수를 투입해야 했는데, 그 장면이 아쉽다.

상대가 수비를 더 잘했다"고 곱씹었다.

하지만 선수들을 향한 아쉬움은 없다.

후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정말 잘해줬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들이 크게 성장했고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며 "노우모리 케이타가 엄청난 역할을 했지만, 배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우리 토종 선수들도 정말 잘해줬다.

모두의 힘으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왔다"고 토종 선수들을 감싸기도 했다.

물론 가장 눈에 밟히는 선수는 경기 뒤 눈물을 쏟은 케이타다.

케이타는 5세트 팀 공격의 100%를 책임지는 등 이날 역대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한 경기 최다인 57점을 올렸다.

하지만, 5세트 21-21에서 서브 범실을 하고, 21-22에서는 후위 공격이 상대 곽승석의 블로킹에 막혔다.

케이타는 준우승의 아쉬움을 뜨거운 눈물로 표현했다.

후인정 감독은 "케이타가 꼭 우승하고 싶어했다.

경기 뒤 케이타에게 '자책하지 말라. 정말 잘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후 감독은 3세트 12-13에서 심판진과 경기위원의 미숙한 운영 탓에 벌어진 '항의'에는 "일부러 더 강한 액션을 취했다"고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후인정 감독의 아버지 후국기 전 배구대표팀 감독은 KB손해보험의 전신인 금성통신에서 배구 선수로 뛰었다.

아버지가 뛴 팀에서 아들 후인정 감독은 구단 새 역사를 썼다.

구단 최고 순위인 2위로 정규리그를 마치더니,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전력을 꺾고 KB손해보험에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행 티켓을 선물했다.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패했지만, 2차전에서 승리하며 '첫 우승'까지 꿈꿨다.

단 1승이 부족해 우승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한 시즌을 전력 질주한 후인정 감독은 "지금은 잠을 푹 자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2022-2023시즌에 다시 우승을 향해 달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후 감독은 "일단 구단에서 케이타 잔류를 위해 애쓸 것이다.

국내 선수 보강도 중요하다"며 "꼭 우승하겠다는 약속은 내년에 지키겠다"고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