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경제 원팀'의 실체는 결국 '모피아'였다 [이호기의 금융형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제 원팀'이라는 워딩에 주목해야 한다."(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
김은혜 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차기 정부의 인선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국무총리 뿐만 아니라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경제수석까지 '경제 원팀'이 '드림팀'으로 이뤄질 수 있는 최적임자를 찾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자리 셈법'에 강한 관료들이 이런 중요한(?) 브리핑을 그냥 흘려들을 리 없지요. 김 전 대변인의 '경제 원팀' 워딩에 대해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차기 정부의 경제 부처 장관들의 인사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라고 평가했지요.
그는 '경제 원팀'이 내포하고 있는 함의가 교수 등 민간 전문가들의 발탁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즉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처럼) 소신과 철학이 뚜렷한 교수들을 전면에 내세워서는 각 부처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경제 원팀'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얘기였지요.
그로부터 약 10여일이 지난 지금 그의 분석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에 한덕수 전 총리가 지명됐고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은 각각 추경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국민의힘 의원)와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국무위원 내정자의 공통점은 모두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한 총리 내정자는 행정고시(8회)에 합격해 주로 산업·통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다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지냈습니다.
추경호 간사도 행정고시(25회)를 거쳐 재정경제부에서 주로 근무하면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지요. 최상목 간사 역시 행정고시(29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내 금융 관련 부서에서 경력을 쌓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지냈습니다.
이처럼 총리부터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옛 재정경제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모피아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모피아(MOFia)란 옛 재정경제부의 영문약자(MOFE·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경제·금융 관료 출신 인사들을 일컫는 표현입니다.
모피아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관료 사회에서 최고 엘리트 그룹으로 인정받는 만큼 이들의 약진을 그리 나쁘게만 볼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특히 윤 당선인 본인도 엘리트 검사로 30년 가까이 봉직한 관료 출신이기도 하지요.
인수위 내부에서도 '안철수 총리' 카드가 무산된 이후 민간 전문가 그룹이 급속도로 힘을 잃고 모피아를 비롯한 관료들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옵니다.
이런 덕분에 모피아 출신인 정은보 금감원장(행시 28회)의 유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말기인 지난해 8월 임명된 정 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위 부위원장 등으로 중용됐던데다 현 정부 들어 (금감원장을 제외하고) 무보수 명예직인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를 맡았던 게 고작이기 때문입니다.
정 원장은 지난달 윤 당선인이 서울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 사무실에 첫 출근할 때도 현장에서 직접 윤 당선인을 영접하면서 여러 설왕설래를 낳았지요. 그 이후에도 외부 강연 및 간담회 일정을 평소 그대로 소화하면서 현재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습니다.
금융위는 대선 직전인 지난 2월 산하 기관에 공문을 보내 임기가 만료됐거나 만료 예정인 각급 기관장과 이사, 감사 등에 대해 인선 작업을 전면 보류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차기 정부와 협의해 불필요한 잡음이 일지 않도록 하기 위한 취지였겠지요. 앞으로 이뤄질 산하 기관 인사에서도 '경제 원팀' 정신이 발휘될 것인지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김은혜 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차기 정부의 인선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국무총리 뿐만 아니라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경제수석까지 '경제 원팀'이 '드림팀'으로 이뤄질 수 있는 최적임자를 찾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자리 셈법'에 강한 관료들이 이런 중요한(?) 브리핑을 그냥 흘려들을 리 없지요. 김 전 대변인의 '경제 원팀' 워딩에 대해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차기 정부의 경제 부처 장관들의 인사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라고 평가했지요.
그는 '경제 원팀'이 내포하고 있는 함의가 교수 등 민간 전문가들의 발탁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즉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처럼) 소신과 철학이 뚜렷한 교수들을 전면에 내세워서는 각 부처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경제 원팀'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얘기였지요.
그로부터 약 10여일이 지난 지금 그의 분석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에 한덕수 전 총리가 지명됐고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은 각각 추경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국민의힘 의원)와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국무위원 내정자의 공통점은 모두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한 총리 내정자는 행정고시(8회)에 합격해 주로 산업·통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다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지냈습니다.
추경호 간사도 행정고시(25회)를 거쳐 재정경제부에서 주로 근무하면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지요. 최상목 간사 역시 행정고시(29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내 금융 관련 부서에서 경력을 쌓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지냈습니다.
이처럼 총리부터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옛 재정경제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모피아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모피아(MOFia)란 옛 재정경제부의 영문약자(MOFE·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경제·금융 관료 출신 인사들을 일컫는 표현입니다.
모피아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관료 사회에서 최고 엘리트 그룹으로 인정받는 만큼 이들의 약진을 그리 나쁘게만 볼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특히 윤 당선인 본인도 엘리트 검사로 30년 가까이 봉직한 관료 출신이기도 하지요.
인수위 내부에서도 '안철수 총리' 카드가 무산된 이후 민간 전문가 그룹이 급속도로 힘을 잃고 모피아를 비롯한 관료들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옵니다.
이런 덕분에 모피아 출신인 정은보 금감원장(행시 28회)의 유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말기인 지난해 8월 임명된 정 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위 부위원장 등으로 중용됐던데다 현 정부 들어 (금감원장을 제외하고) 무보수 명예직인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를 맡았던 게 고작이기 때문입니다.
정 원장은 지난달 윤 당선인이 서울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 사무실에 첫 출근할 때도 현장에서 직접 윤 당선인을 영접하면서 여러 설왕설래를 낳았지요. 그 이후에도 외부 강연 및 간담회 일정을 평소 그대로 소화하면서 현재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습니다.
금융위는 대선 직전인 지난 2월 산하 기관에 공문을 보내 임기가 만료됐거나 만료 예정인 각급 기관장과 이사, 감사 등에 대해 인선 작업을 전면 보류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차기 정부와 협의해 불필요한 잡음이 일지 않도록 하기 위한 취지였겠지요. 앞으로 이뤄질 산하 기관 인사에서도 '경제 원팀' 정신이 발휘될 것인지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