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훙카이(SHKP)의 레이먼 쿽 회장을 시작으로 청쿵(CK), 뉴월드, 헨더슨랜드, 시노그룹 등 홍콩 주요 부동산개발회사 회장과 최고경영자(CEO)들이 7일 저녁 잇달아 성명을 내고 리 부총리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고 홍콩 언론이 8일 보도했다.
워프부동산투자회사의 스티븐 응 회장은 성명에서 "존 리는 1997년 영국에서 반환된 지 25주년이 되는 올해 새로운 장을 시작하는 홍콩을 이끌 적합한 후보"라고주장했다.
다음달 8일 선거위원회의 간접선거로 치러지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현재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거물급은 존 리 후보가 유일하다.
앞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6일 중국 정부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이 존 리를 단독 후보로 내세울 것임을 선거위원들에게 통보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간 홍콩 재계를 대표하는 부동산 재벌들은 창업자 본인이 직접 선거위에 합류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가족과 기업을 통해 선거위 표의 5분의 1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킹 메이커'라 불려왔다.
역대 홍콩 행정장관은 결국 모두 중국 정부가 낙점한 인물이 당선됐지만, 한때 부동산 재벌들이 미는 다른 후보가 유력한 대항마가 돼 선거판을 흔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친중 진영 간 극심한 분열이 노출돼 중국 정부가 못마땅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상황에서 2019년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결정적으로 중국 정부의 홍콩 부동산 재벌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했다고 홍콩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2019년 시위 당시 처음 두달 간 부동산 재벌들을 중심으로 한 홍콩 재계는 침묵을 지켰고, 경찰이 진압에 나서기 시작한 이후에야 하나둘씩 폭력과 혼란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자 중국 관영 매체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홍콩의 부동산 가격이 시위의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하면서 홍콩 부동산 재벌들을 공격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지난해 5월 홍콩의 선거제를 '애국자'만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정하면서 선거위원회에서 부동산 재벌들의 영향력을 축소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치러진 선거위원회 선거를 앞두고 홍콩 부동산 재벌가는 가족당 2명까지만 선거위원회에 들어올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당시 SCMP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에 홍콩 최대 부호인 리카싱 청쿵그룹 창업자가 1997년 홍콩의 주권 반환 이래 처음으로 출마하지 않는 등 재계 거물 다수가 선거위원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편, 중국 국무원은 지난 7일 리 전 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결정했다고 관영 통신 신화사가 이날 오전 보도했다.
리 전 부총리가 캐리 람 행정장관에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하루만이다.
이는 2017년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중국 정부는 람 당시 정무부총리의 사표를 나흘 만에, 존 창 재무장관의 사표를 35일 만에 각각 수리한 것과 대비된다고 SCMP는 설명했다.
SCMP는 리 전 부총리가 애초 이날 오후 출마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9일로 미뤘으며, 이는 사표 수리 직후 그가 출마를 선언하면 마치 짜인 각본처럼 비칠 것을 중국 정부가 우려한 탓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한편, 홍콩 유일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인 탐유충이 리 전 부총리 선거캠프의 위원장을 맡고, 다양한 산업군의 대표 10여명이 연대를 표하기 위해 선거캠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