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경선 앞두고 이름 알리기 경쟁…무작위 전화 공세
꼬리 무는 벨소리에 관공서 업무 차질…"법적 규제 못하나"

"안녕하세요.

○○○○ 예비후보 ○○○입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자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충북의 한 관공서에는 지난 7일 오후 전화벨이 사방팔방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았다가 끊으면 옆 전화에서 곧바로 또 벨이 울렸다.

해당 전화들은 모두 특정 정당 자치단체장 예비후보의 목소리가 담긴 홍보 전화다.

민원 전화가 잦은 관공서 특성상 전화벨이 울리면 직원들은 수화기를 들 수밖에 없다.

한 직원은 "동료 직원들이 모두 출장 가 혼자 사무실을 지키는데 이 전화, 저 전화에서 벨이 울려댔다"며 "일일이 당겨 받고 끊느라 애를 먹었다"고 짜증 냈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잠시 후 다시 벨이 울렸다.

또 다른 직원은 "업무에 차질이 생길 정도여서 벨이 울리면 바로 끊을 수 있게 동료들과 해당 전화번호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충북의 여야는 도지사 공천 접수를 마감한 데 이어 시장·군수 접수도 곧 끝낼 예정이다.

전략공천이 아닐 경우 양 당의 경선은 공히 일반국민 50%, 권리·책임당원 50%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러진다.

이에 대비해 일반국민의 지지를 끌어내야 할 예비후보들이 무작위 자동응답시스템(ARS) 전화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충북지사 후보의 경우 민주당은 사실상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결정됐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영환 전 국회의원, 박경국 전 안전행정부 제1차관, 오제세 전 국회의원, 이혜훈 전 국회의원이 공천받기 위해 다투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자는 자동동보통신 방법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전송대행업체를 통한 전자우편 전송도 가능하다.

문자메시지는 지방선거 직전까지 8회로 제한된다.

다만 ARS를 활용한 투표 독려 전화는 횟수와 관계없이 무제한 가능하다.

그러면서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예비후보들의 일방적인 구애가 유권자들에게 '전화 공해'로 다가서는 모습이다.

한 유권자는 "예비후보들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일일이 삭제하는 것도 지긋지긋한데 전화까지 겹치니 스트레스마저 쌓인다"며 "전화 홍보도 법적으로 규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