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지주사 바뀐다…산업·엔터 합병
동원그룹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중간 지주사 격인 동원산업과 합병을 추진한다.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상장사인 동원산업으로 흡수 합병되는 형태다. 동원그룹 지주사가 증시에 상장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이로써 동원그룹은 2001년 식품 계열이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한 지 21년 만에 대대적인 지배구조 변화를 맞게 됐다.

상장사 동원산업, 그룹 지주사로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과 합병을 추진하기 위한 ‘우회상장 예비 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7일 제출했다.

합병비율 기준이 되는 주당 평가액은 동원산업 24만8961원, 동원엔터프라이즈 19만1130원이다. 동원산업은 이날 이후 매매거래정지가 되고 오는 11일 거래가 재개된다.

동원그룹 지주사 바뀐다…산업·엔터 합병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면 현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동원산업에 흡수돼 동원산업이 동원그룹의 사업지주회사가 된다. 동원그룹은 “이번 합병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는 한편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원그룹은 2001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시장에서 지배구조가 다소 복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우선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지분율 68.27%·사진)과 김 명예회장(24.50%)이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 및 주요 주주다. 동원엔터프라이즈 밑으로 자회사 5개가 있고, 그중 동원산업이 종속회사 21개를 보유하는 ‘다층구조’로 돼 있다.

합병 이후에는 동원산업을 주축으로 지배구조가 재편된다. 현재 지주사 자회사인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을 비롯해 손자회사인 미국 1위 참치캔업체 스타키스트, 동원로엑스(옛 동부익스프레스) 등 17개 자회사·손자회사가 동원산업 아래로 들어온다.

○“투자 확대·기업가치 증대 기대”

동원그룹 지주사 바뀐다…산업·엔터 합병
이 같은 지배구조 변화는 향후 그룹의 인수합병(M&A) 등 투자 확대 시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몸만들기’라는 평가가 투자은행(IB)업계에서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두산테크팩, 동부익스프레스, 베트남 탄티엔패키징(TTP) 등 국내외에서 공격적인 M&A를 해왔다”며 “사업지주사 체계에선 투자 결정이 보다 빨라지고 현금 동원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 재평가도 기대된다. 동원산업은 합병과 동시에 주식 액면분할을 할 계획이다. 액면가 5000원인 보통주 1주가 1000원으로 분할돼 유동성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과 액면분할을 반영한 최종 합병비율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가 1 대 3.84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동원산업은 스타키스트, 동원로엑스 등 우량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주회사 지분율이 60%가 넘는 등 유동 물량이 적어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많았다”며 “액면분할을 통해 주식 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연결기준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자산 6조6852억원, 매출 7조6030억원, 영업이익 5087억원을 올렸다. 동원산업은 자산 3조519억원, 매출 2조8022억원, 영업이익 2607억원이다.

합병 이후 동원산업은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의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이명우 동원산업이 사업부문을, 박문서 동원엔터프라이즈 사장이 지주부문을 각각 맡는다.

김재철 명예회장이 원양 회사인 동원산업을 1969년 창업하면서 시작한 동원그룹은 1982년 국내 최초로 참치캔을 출시하며 식품 가공업을 주력사업으로 펼쳐왔다. 이후 수산, 식품, 포장재, 물류를 4대 중심축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