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왼쪽 네 번째)은 6일 신입사원들과 서울역, 남대문시장 인근에서 폐플라스틱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 봉사활동을 했다. 나 사장은 “환경규제가 강화돼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SK지오센트릭에 기회가 될 것”이라며 “재활용 기술력 확보를 통해 아시아 최초의 재활용 클러스터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은 미국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인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 지분 확보를 위해 5500만달러(약 680억원)를 투자했다고 15일 발표했다.퓨어사이클은 폐플라스틱에서 오염물질과 냄새, 색을 제거한 초고순도 재생 폴리프로필렌(PP)을 뽑아내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퓨어사이클은 이번에 SK지오센트릭의 680억원을 비롯해 3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SK지오센트릭은 전략적 파트너로 지분투자에 참여해 글로벌 확장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대표적 플라스틱 소재인 PP는 자동차 내장재와 가전제품, 식품 포장 용기, 생활용품 등에 다양한 색과 형태로 폭넓게 활용된다. 전체 플라스틱 수요의 25%를 차지한다. 다만 물리적 재활용으로는 냄새와 색, 불순물 제거에 한계가 있어 재활용률은 5% 미만에 머물러 있다.올 1월 SK지오센트릭과 퓨어사이클은 2024년 말까지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내에 폴리프로필렌 폐플라스틱 재활용 합작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이 공장에선 연간 6만4000t가량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고순도 재생 PP는 SK지오센트릭이 국내에 독점 판매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국내외 리사이클 클러스터 조성에 더욱 속도를 내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스페셜 리포트] 사명 바꾸는 기업들의 브랜딩 전략페이스북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사명에서 주력 사업을 떼고 메타(Meta Platforms)로 탈바꿈했다. 한국에서는 기아차가 전기차를 넘어 혁신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아(KIA)로 사명을 교체했다.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미래 준비에 나선 기업들이 사명(社名)에서 주력 사업을 지우고 있다. 사명 변경은 수천억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반드시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사용해 온 사명을 변경하려는 이유는 기존 사명이 기업의 미래 방향성을 담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사명은 기업의 정체성과 주력 사업을 나타내는 기업의 얼굴이다. 기존에는 기업들이 이미지 쇄신, 인수·합병(M&A)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사명을 변경하는 사례가 많았다.최근에는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려는 목적에 따라 사업 확장이 가능하고 미래 지향적인 이름으로 바꾸는 추세다. 전 세계적인 탈탄소화 기조, 기업 간 합종연횡, 이종 산업과의 융합이 가속화하는 시대에 특정 이미지로 고착화된 기존 사명으로는 사업 확장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 사명에 미래 비전 담은 기아 리브랜딩 1년 후 사상 최대 실적 달성1년 전 사명과 기업 이미지(CI)를 포함한 모든 브랜드 자산의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해 온 기아는 2021년 사상 최대 실적으로 리브랜딩의 효과를 증명했다.기아는 지난해 1월 전기차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사명에서 ‘자동차’를 떼고 ‘기아(KIA)’로 새로운 사명과 로고를 발표하며 대대적인 리브랜딩에 나섰다. 기아의 사명 변경은 1990년 3월 기아산업에서 기아차로 사명을 바꾼 지 30여 년 만이다.송호성 기아 사장은 “기아차에서 기아로 사명을 변경하는 것은 곧 업(業)의 확장을 의미하며 기아는 이제 차량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에게 혁신적인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새롭게 바뀐 로고는 기아의 영문 명칭 ‘KIA’를 필기체 형태로 쓴 모습이다. ‘균형(symmetry)’과 ‘리듬(rhythm)’, ‘상승(rising)’을 의미하며 이를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기아의 결의를 담았다. 새로운 슬로건으로 이동과 움직임(movement)이 인류 진화의 기원이자 영감의 원천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영감을 주는 움직임(movement that inspires)’을 제시했다.기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5조6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1% 증가했고 매출액은 18.1% 늘어난 69조8624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리브랜딩 효과 덕분이라는 평가다. ‘제2 SK이노베이션 찾아라’ 확장성 있는 新사명 찾기 총력전SK그룹은 지난해부터 SK건설(SK에코플랜트), SK종합화학(SK지오센트릭), SK텔레콤(SK스퀘어), ADT캡스(SK쉴더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 부문(SK온)과 석유화학부문(SK어스온) 등 주요 계열사의 신규 사명을 잇달아 발표하며 재계의 사명 변경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정체기에 접어든 기존 주력 사업인 정유화학·반도체·통신에서 첨단소재·바이오·친환경·디지털 등 미래 산업으로 성장 축을 이동시키기 위한 사업 재편의 일환이다.최태원 SK 회장은 2019년 경기 이천 포럼에서 “기업 이름에 에너지·화학 등이 들어가면 근본적인 변화(딥 체인지)를 꾀하기 힘들다”며 “과거엔 자랑스러운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가치와 맞지 않을 수 있고 환경에 피해를 주는 기업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SK텔레콤은 이동통신에 한정된 사명을 극복하기 위해 SK하이퍼커넥터 등 새로운 이름으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11월 인적 분할을 통해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투자 등 비통신 부문을 맡는 ‘SK스퀘어’를 신설했다.광장 혹은 제곱이란 의미의 스퀘어에는 다양한 ICT 산업을 아우르며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담았다. SK스퀘어는 미래 성장 동력 창출에 집중해 2025년까지 순자산 가치를 현재의 3배인 75조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SK건설은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선도하는 아시아 최대 환경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SK에코플랜트는 ‘지구를 위한 친환경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을 심겠다’는 의미다.SK종합화학도 지난해 출범 10년 만에 사명을 SK지오센트릭으로 바꿨다. 지오센트릭은 지구 중심적이라는 뜻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바탕으로 탄소 사업에서 그린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담았다.SK지오센트릭 사명을 개발한 인터브랜드는 “기존 사명인 SK종합화학이 ‘우리는 무슨 일을 하는가’를 표현했다면 신규 사명은 ‘우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를 표현함으로써 비즈니스와 사회적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와 세계관을 전달한다”면서 “SK지오센트릭은 지구 중심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충실히 반영한 이름”이라고 설명했다.재계에선 SK이노베이션을 사명 변경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는다. SK이노베이션은 1962년 대한석유공사로 출발해 1980년 (주)선경의 지분 인수로 SK그룹에 편입됐다. SK그룹에서는 SK주식회사·SK에너지를 거쳐 SK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이 3번 바뀌었다.SK이노베이션은 사명에 기존 정유 사업을 특정하지 않고 ‘혁신’이라는 추상적 의미를 담았는데 그 때문에 사업 영역을 확장하거나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 SK그룹 내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최 회장이 강조하는 딥체인지 경영 철학에 부합하는 미래 지향적 이름으로 꼽힌다. 한화·포스코도 신성장 사업 계열사 사명 교체 ESG·미래 사업 포부 담아한화그룹의 화학 계열사인 한화종합화학도 탄소 중립 시대를 맞아 지난해 사명에서 ‘화학’을 떼고 친환경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한화임팩트로 새로 태어났다. 삼성종합화학이 2015년 한화에 인수되면서 한화종합화학으로 사명을 바꾼 이후 6년 만의 사명 변경이다.한화임팩트 사명에는 기존 화학 사업에 더해 수소 중심의 친환경 에너지와 모빌리티, 융합 기술 등 혁신 기술에 대한 임팩트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포스코그룹에서 철강 가공 사업을 해온 포스코SPS는 모빌리티 소재·부품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으로 사명을 바꿨다. 기존 사명인 SPS는 철강가공센터만으로 인식되고 범위가 국한돼 친환경 소재·부품 사업을 지향하는 미래 비전을 표현하는 데 제한적이었다.신규 사명은 최근 모빌리티 관련 산업의 성장과 투자가 집중되는 추세에 맞춰 차량·선박·자율주행차·드론 등 전동화 장치가 필요한 분야는 물론 배터리·연료전지 등 새로운 소재와 부품 등에 기술적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수소 경제와 ESG 경영을 추구하는 포스코 그룹의 경영 방침과 브랜드 가치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스페셜 리포트] 사명 바꾸는 기업들의 브랜딩 전략 기사 인덱스-“기존 사업만으론 안 돼”…수십 년 쓴 이름까지 버린다-“업(業)을 규정하기 어려운 시대…사명에서 업종 떼고 지향 가치 담는다” 문지훈 인터브랜드 대표-신라시대 기와에서 영감 얻은 LG 로고…기술과 혁신 상징하는 삼성블루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SK지오센트릭이 애경산업의 대표 세탁세제 브랜드 ‘스파크(SPARK)’ 제품에 단일 포장재를 공급했다고 17일 밝혔다.이에 따라 스파크 3kg 리필 제품에 사용되던 포장재가 기존 복합재질에서 SK지오센트릭이 개발 및 생산한 단일재질 포장재로 변경된다. 양사는 단일 소재 변경으로 재활용 비율을 높이고, 그만큼 탄소 배출량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기존 복합재질로 만든 포장재는 나일론과 폴리에틸렌 필름의 다층 복합 소재로 제작돼 재활용이 불가해 일반쓰레기로 소각·매립해야 했다. 이를 SK지오센트릭의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단일재질 포장재로 대체하면 분리배출과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SK지오센트릭은 기존 나일론이 가진 충격에 견디는 성질과 인쇄가 쉬운 점 등의 장점을 추가로 결합해 동일한 수준 품질을 만들어 냈다.양사는 연간 약 45만개의 스파크 리필 포장재가 복합재질에서 단일재질로 대체되고 이를 통해 연간 약 1.7톤 이상의 탄소 배출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활용 비율도 높아져 플라스틱 자원 선순환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앞서 지난해 3월 양사는 ‘친환경 패키징 개발 및 플라스틱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맺고 생활용품·화장품 패키징 단일 소재화, 백색·투명 패키징 개발, 플라스틱 용기 회수 및 재활용 캠페인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스파크 포장재 교체 도입은 이 협력의 성과 중 하나다.양사는 스마트 액체세제 브랜드 ‘리큐(LiQ)’ 리필 제품에도 재활용 포장재(PIR-LLDPE)를 도입한 바 있다. 나아가 친환경 포장재 개발 및 플라스틱 재활용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을 더욱 강화해가기로 했다.장남훈 SK지오센트릭 패키징 본부장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 소재 및 재활용이 용이한 포장재 개발을 지속 확대함으로써 ‘폐플라스틱&탄소 제로’ 전략 실행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