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치료제 ‘듀피젠트’, 식도염으로 FDA 우선 심사 지정[최지원의 바이오톡(talk)]
사노피의 주 매출원으로 거듭난 아토피 치료제 ‘듀피젠트’가 지난 5일 호산구성 식도염(EoE)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우선 심사 대상에 지정됐다. 듀피젠트는 현재 습진, 천식, 비부비동염 등 세 가지 적응증에 처방이 가능하다. 호산구성 식도염은 네 번째 적응증이다. 이번 승인은 올해 8월 3일께 결정될 예정이다.

사노피는 호산구성 식도염에 대한 듀피젠트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월 미국 알레르기·천식 및 면역학 학회(AAAI)에서 3상 결과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59명의 참가자 중 듀피젠트를 투여한 투여군은 위약군에 비해 증상이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호산구성 식도염 환자는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곤란’ 증상이 나타나는데, 투약 후 4주차부터 이런 주요 증상이 크게 개선됐다. 이를 수치화한 실험에서 투약군은 23.8점이 개선된 반면 위약군은 13.9점에 그쳤다.

참가자의 식도 검체를 채취해 분석하는 ‘조직학적 질병 분석’ 평가에서도 투약군의 개선 효과가 크게 앞섰다. 투약군의 59%는 조직학적으로 병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위약군은 10분의 1 수준인 6%에 불과했다.

호산구성 식도염은 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가 식도 벽에 몰리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희귀질환이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식도가 좁아지는 식도 협착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에만 16만 명의 환자가 있으며, 이 중 4만8000명은 간접적인 치료에서도 증상 개선이 없는 환자다.

사노피는 이번 승인으로 듀피젠트의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듀피젠트의 최고 매출이 130억 유로 이상이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듀피젠트의 매출액은 52억5000만 유로로 전년 대비 53% 가량 증가했다.

회사가 이런 공격적인 목표를 잡은 것은 2025년까지 적응증이나 연령 그룹에 따라 약 11건의 신규 승인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적응증으로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특발성 두드러기(CSU), 결절성 양진, 수포성 유사천포창 등이다. 특히 COPD의 경우 점점 환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 사망 원인 3위로 꼽은 질병이다.

빌 시볼드 사노피 글로벌 특화치료 책임자는 “듀피젠트는 잠재적으로 수백만 명의 환자를 도울 것이며, 적응증 확대는 그 시작이다”라며 “가장 강력한 면역 분야의 ‘프랜차이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듀피젠트는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인터루킨-4(IL-4), 인터루킨-13(IL-13)의 활성을 억제하는 단백질 의약품이다. 사노피와 리제네론이 공동으로 개발해, 듀피젠트에 대한 수익의 절반씩 분할한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