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004년 잔혹행위 주도 라흐만에 대한 재판 시작…혐의 부인

2003∼2004년 수단 서부 다르푸르에서 일어난 학살과 관련해 5일(현지시간)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이 시작됐다.

그러나, 학살 책임자로 알려진 당시 아랍 민병대 사령관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고 영국 매체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수단을 30년간 통치했던 오마르 알바시르가 2019년 4월 쿠데타로 축출된 지 3년째를 하루 앞두고 네덜란드 수도 헤이그에서 열린 이 날 재판은 생중계돼 수백만 수단인이 시청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재판정에 선 알리 압드-알-라흐만(65)은 19년 전 약 30만 명이 살해되고 약 160만 명이 고향을 등지게 만든 다르푸르 사건 당시 친정부 잔자위드 민병대 사령관이었다.

ICC는 2007년 라흐만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나, 그는 알바시르 정권이 무너진 이듬해인 2020년 2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피신했다가 수단 새 정부가 ICC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뒤 자수했다.

'알리 쿠샤이브'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라흐만은 이날 법정에서 2003∼2004년의 잔혹 행위와 관련된 31개 혐의 모두를 부인했다.

이들 혐의가 유죄로 밝혀질 경우 그에게는 무기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수단 다르푸르 학살자, ICC 법정에…"혐의 열거에만 6시간"
다르푸르 사건은 수단의 비아랍계 주민들이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바시르 정부의 차별에 맞서 무장투쟁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알바시르 정부는 반군을 진압하기 위해 아랍계인 잔자위드 민병대를 동원했고, 미국과 서방 인권 단체들은 진압 과정에서 살인과 강간, 고문 등이 자행됐다고 비난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라흐만의 혐의를 열거하는 데만 6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에서는 "시체 두 구를 봤고, 죽은 엄마의 젖을 빨던 어린 아이도 살해됐다"는 내용의 익명의 목격자 'P087'이 남긴 초기 증언록도 공개됐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라흐만의 재판이 시작된 데 대해, 그가 이끄는 민병대에 희생된 이들이 정의를 실현할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던 기회"라고 환영했다.

그를 상대로 한 재판이 시작되면서 수단에 구금돼 있는 알바시르 전 대통령 등 ICC가 전쟁범죄자로 간주한 다른 이들도 재판정에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차 분출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보도했다.

알바시르는 '다르푸르의 학살자'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