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 반환 약정이 퇴직 자유 제한한 것 아니라면 근로기준법 위반 아냐"
'매각 위로금 받고 근로' 약정후 조기 퇴사…대법 "돈 반환해야"
매각된 회사에서 일정한 기간 계속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위로금'을 받은 직원이 그 기간을 못 채우고 퇴사할 경우 회사 측의 지급액 반환 요구는 근로기준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한화토탈이 A씨를 상대로 낸 위로금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프랑스 토탈사의 합작 석유화학기업인 '삼성토탈'은 삼성이 한화그룹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2015년 '한화토탈'이 됐다.

2014년 삼성의 주식 매각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일부 직원들은 반대에 나섰다가 사측과 매각 위로금(일시금 4천만원에 상여기초 6개월분) 합의를 한다.

합의 내용에는 매각 위로금을 2015년 4월 30일부로 지급하되, 위로금을 받은 직원이 2015년 12월 31일 이전에 퇴사하면 이미 지급된 위로금을 월별로 계산해 반납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이번 소송의 피고 A씨는 매각 위로금 4천900여만원을 받고 2015년 6월 초 퇴직했다.

사측은 위로금 중 3천70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고, A씨는 위로금 반환 약정이 근로기준법 20조가 금지하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해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예정하는 계약'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맞섰다.

1심은 한화토탈의 손을 들었다.

매각 위로금은 직원들의 반대를 무마해 순조롭게 주식 양도·양수가 이뤄지게 할 목적에서 지급된 것이지 노고의 대가로 준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20조의 취지가 노동자가 근로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임금을 받지 못한 것에 더해 위약금까지 내놔야 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A씨 사례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2심은 위로금에 공로금 성격이 있고, 직원이 일정 기간 안에 퇴사하면 사용자 측 손해 정도를 따지지 않고 일정 금액을 물어내야 하는 것이라며 근로기준법에 따라 반환 약정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런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금전을 지급하면서 의무근로기간을 지키지 못하면 반환받기로 약정한 경우, 반환 약정이 근로자의 퇴직 자유를 제한하거나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 근로기준법 20조가 금지하는 약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위로금이 지급됐을 당시 '세법상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는 내용이 안내됐으므로 퇴직하는 직원이 반환할 돈을 임금으로 볼 수 없고, 반환 약정으로 직원들이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