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자체 최초로 관련 조례 제정…2년째 사업 시행 중
노동자 스스로 건강 상태 인지·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
[톡톡 지방자치] '취약노동자 건강증진 지원' 앞장선 울산 북구
울산시 북구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A씨는 평소 기운이 없고 자주 피곤함을 느꼈다.

하지만 특별히 아픈 데가 없어 병원 진료를 미루던 중 마침 구에서 시행하는 건강 증진 서비스를 받게 됐다.

A씨는 기초검사에서 혈당이 높게 나와 병원 진료를 권유받았고, 병원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당뇨 진단을 받게 됐다.

A씨는 처방받은 약을 먹으며 구의 자가건강관리 프로그램에 따라 식생활 개선과 운동 요법으로 충실히 관리했고, 2차 검사에서는 혈당이 정상 수치까지 돌아오게 할 수 있었다.

울산시 북구가 지역 취약노동자를 위한 건강 지원 사업을 2년째 시행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북구는 3월부터 11월 30일까지 취약노동자 415명에게 건강 증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아파트 경비·청소노동자,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이다.

지난해 처음 지역 청소노동자와 환경공무직 162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행했던 북구는 올해 3개년 기본계획을 수립, 대상자를 4개 분류로 나눠 늘리는 등 사업을 확대했다.

건강 증진 서비스는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체질량 등을 검사하는 기초검사, 작업 전·후 스트레칭과 맞춤형 근력 강화 운동 지도, 심뇌혈관질환 예방 교육 등으로 이뤄진다.

또 좋은 생활 습관 계획과 실천 방법을 알려주는 자가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비스는 북구가 해당 노동자들의 근무지·사업장을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 사업의 목적은 취약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직장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사업 대상자들은 60대가 가장 많고, 50∼70대가 대부분임에도 앞서 A씨와 같이 제때 건강검진이나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해 자신의 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북구는 서비스를 통해 이들이 스스로 본인의 몸에 이상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톡톡 지방자치] '취약노동자 건강증진 지원' 앞장선 울산 북구
사업을 담당하는 북구 석민경 주무관은 4일 "아파서 쓰러질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본인의 몸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기초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적절한 병원 치료 등을 권하기도 한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자신도 몰랐던 질환을 알게 돼 치료를 시작하게 된 노동자들의 사례도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는 90%가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노동자들은 "(서비스를)다음에도 또 받고 싶다"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북구는 설명했다.

앞서 북구는 2020년 6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취약노동자 건강 지원 조례'를 제정해 체계적인 지원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북구는 2014년부터 노사민정협의회와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취약노동자 건강 지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

보건소와 울산근로자건강센터, 의사회, 약사회, 민간 병원 등이 연계해 거버넌스를 구축, 전국적으로 성공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도 사업의 체계적인 추진과 북구 모델 완성을 위해 조례 제정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고, 1년여 준비 끝에 조례안이 만들어졌다.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직업환경의학·예방의학·재활의학 전문의, 보건소 등 관련 기관, 구의원 등이 함께 참여해 의견을 모았다.

조례는 ▲ 취약노동자에 대한 건강 진단과 사후 관리 ▲ 의료·보건·안전 관련 기관 및 단체와 협력·연계 추진 ▲ 사업 수행 방법 ▲ 건강증진위원회 구성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또 '취약노동자'를 5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영세자영업자, 이주노동자 실직자 등으로 정의해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노동자들을 사업 대상에 포함했다.

[톡톡 지방자치] '취약노동자 건강증진 지원' 앞장선 울산 북구
2020년 기준 북구 경제활동인구 중 약 67%가 산업보건 사각지대의 취약노동자로 추산됐고, 지역 내 제조업체 중 91.6%가 5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해당했다.

50명 미만 사업장에 전체 산업재해의 78%, 업무상 질병 및 요양 재해 발생의 61%가 집중됐고,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은 주로 근골격계질환과 심뇌혈관질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석 주무관은 "사업 대상자들은 올해로 서비스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년에 또 사후 관리를 받을 예정"이라며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해마다 대상자를 늘려가면서 북구에 있는 모든 사업장의 취약노동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