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선거사무에도 적은 수당·민원 속출·코로나 감염까지
전국공노조, 업무 완화·임금 현실화 촉구…선관위 "처우 개선 협의"
"선거 전날부터 노이로제"…선거마다 차출에 '뿔난' 공무원
"선거는 국가 사무인데, 선거 관리를 수년간 구청에 시키고 있습니다.

무리해서 지자체만 시키니 더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
공무원들이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이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개표 사무원으로 차출될 조짐이 보이자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 동의 없는 선거사무 차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당 지급 등에 반대한다고 3일 밝혔다.

선거사무는 적은 수당과 고된 업무 탓에 '기피 업무'로 꼽힌다.

개표는 일비 6만원, 투표는 일비 6만원에 사례금 4만원을 합쳐 10만원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초구 한 공무원은 "새벽 6시부터 투표사무를 하려면 그보다 일찍 출근해야 해서 타지에 사는 공무원들은 새벽에 택시비 2만∼3만원을 내고 올라와 근무한 뒤 녹초가 돼 돌아간다"고 말했다.

송파구 한 공무원은 "선거 전날부터 노이로제"라며 "새벽 4시에 나와야 하는데 늦을까 봐 그냥 주민센터에서 자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선거 전날부터 노이로제"…선거마다 차출에 '뿔난' 공무원
특히 올해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까지 겹쳐 공무원들에게 더욱더 부담이다.

현재 공무원 대부분은 본업에 역학조사, 생활지원금 지급 등 코로나19 업무까지 맡으면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지역 구청에 근무하는 한 7급 공무원은 "처음에는 (선거사무) 자진 신청을 받지만 무조건 미달"이라며 "결국 부서별로 순번을 정해 업무에 투입되는데,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데다 업무 특성상 예민한 부분이 많고 현장 민원도 많아서 대부분 빠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선거사무에 나선 공무원이 코로나19에 확진되고, 악성 민원인에 시달리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강원 원주시 공무원노조는 대선 때 선거사무에 참여한 조합원이 겪은 불만을 토대로 원주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사무 개선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선거사무 종사 후 코로나19에 확진된 조합원에 대한 보상 및 보호조치 마련, 투표소 난동 악성 민원인 전담 인력 배치 등을 제시했다.

경남 창원과 울산, 부산 공무원노조도 각 지역 선관위를 찾아 선거 벽보·공보물 등 대행 사무 선관위 직접 수행, 선거사무 종사자 수당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경기도는 지난달 23일 경기도 선관위와 행정안전부 등에 선거사무원 위촉 공무원의 수당 현실화와 공정 배분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방종배 창원시 공무원노조위원장은 "선거사무는 선관위의 고유 업무인데도 마치 기초자치단체의 업무처럼 여겨왔다"며 "합리적 수당과 제도 개선을 통해 일반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선관위가 직접 선거사무를 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전날부터 노이로제"…선거마다 차출에 '뿔난' 공무원
선거사무 차출 문제는 공무원 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번 대선 때 충북에서는 청주시 공무원노조와 충북도 공무원노조가 선거사무 인원을 놓고 갈등을 빚으며 형평성을 지적하는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사전투표 당시 경기 의정부 한 투표소에서는 국가직 공무원이 지방직 공무원에게 "지방직 공무원들이 선거 업무를 거부하는 바람에 내가 차출됐다"며 소리를 지르는 소동이 있었다.

서울 송파구 한 공무원은 "법에 보면 국가직, 교원, 공공기관 등에서 골고루 차출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어느 날부터 그들은 점점 빠지고 지방직 공무원, 구청 직원들에게만 선거사무를 시키고 있다"며 "선관위도 이러한 불합리를 중재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대전시 선관위 관계자는 "관리원은 선거 전까지 3일간 현장 교육을 받아야 해서 접근성, 업무 연관성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지방직 공무원이 맡을 수밖에 없다"며 "사무원은 국가·교육직 등의 차출 비율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 전날부터 노이로제"…선거마다 차출에 '뿔난' 공무원
강원도 원주시 선관위는 공무원노조와 면담 후 투표소 악성 민원 대응 전담 인력 배치와 투표용지 수송 및 투표함 인계 과정에서의 혼란을 바로잡고 개선 가능한 일은 고쳐나가기로 했다.

경기도 선관위도 이달 초 노조와 면담하는 등 각 지역 선관위는 선거사무원 위촉 인원 및 처우 개선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한무선 임미나 고현실 문다영 최찬흥 김도윤 김형우 박성제 김동철 양영석 이재현 김근주 변지철 한지은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