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 1라운드 8번홀(파3).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7)의 파 퍼트가 홀을 비껴났다. 이날 경기의 두번째 보기였다. 10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고진영은 마지막 1개 홀을 남겨두고 보기를 추가하며 결국 2오버파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8개월간 이어온 33라운드 연속 이어온 언더파 행진이 멈춘 순간이다.

이날 고진영은 10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전반을 모두 파로 막은 그는 1번홀(파4)과 8번홀에서 보기를 했다. 버디는 하나도 잡지 못했다. 고진영이 오버파 경기를 한 것은 지난해 7월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3라운드 이후 8개월, 34라운드 만이다.

스윙은 나쁘지 않았다. 고진영의 그린 적중률은 77.8%이었다. 다만 그린에서 고전했다. 이날 퍼트수는 34개에 이르렀다.



그래도 고진영은 웃었다. 그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샷은 좋았지만 퍼트가 나빴다. 그린 경사와 스피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기록 도전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8번홀에서의 퍼트 미스에 대해 "이 홀에서 버디를 하고 다음 9번홀에서 버디를 하면 언더파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 있게 퍼트한 게 그만 홀을 많이 지나쳤다. 그래서 보기가 나왔지만, 그렇게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고진영이 기록에 대한 부담을 가진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60대 타수 신기록에 도전했으나 14라운드에서 멈췄다. 그러나 다음날 2라운드에서 다시 64타를 친 뒤 올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1라운드까지 16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16라운드에 이어 17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기록을 도전할 때도 같은 부담이 있었다"며 "긴장을 안고 경기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크다. 그 과정에서 긴장을 이겨내며 기록을 써왔기에 기록이 멈췄다고 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경기해왔고 그 과정을 통해 한두 단계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보다 더 큰 기록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만큼 그때는 지금보다 더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60대 타수, 언더파 행진 기록은 깨졌지만 고진영의 기록 도전은 계속된다. 이번 대회에서 고진영은 총상금 1000만달러 돌파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고진영이 쌓은 통산 상금은 942만달러로 이번 대회에서 75만달러 이상의 상금을 받으면 1000만달러를 뛰어넘게 된다. LPGA 투어 사상 22번째, 한국 선수 중에서는 박세리(45), 박인비(34), 유소연(32), 김세영(29), 최나연(35), 양희영(33)에 이어 일곱 번째가 된다.

세계랭킹 1위 기록에도 도전중이다. 그는 지난달 29일자 세계랭킹에서 1위를 지키며 통산 123주 동안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158주간 1위에 오른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기록을 새로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