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해변과 강릉의 대표 관광지를 모두 만나볼 수 있는 해파랑길 39코스 중 경포대 인근 도로.
유명 해변과 강릉의 대표 관광지를 모두 만나볼 수 있는 해파랑길 39코스 중 경포대 인근 도로.
길을 걷는 것은 때로 잊었던 기억을 다시 찾는 기회이기도 하다. 트레킹은 코로나19로 인해 잊고 있던 일상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근사한 각성제다. 때로는 산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숲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기도 한다. 해변을 걸을 때면 그리움이 가슴속으로 번지곤 한다. 해파랑길에서 남파랑길을 거쳐 서해랑길과 평화누리길까지 이어지는 코리아 둘레길 중 가장 인기 있는 해파랑길 39코스와 서해랑길 47코스를 직접 걸어봤다.

해파랑길은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벗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이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르는 750㎞의 장대한 길이다. 총 10개 구간 50개 코스의 해파랑길 중 가장 인기 있는 길은 ‘해파랑길 39코스’다. 푸른 바다와 몸을 섞는 39코스를 직접 걸었다.

해파랑길 39코스의 원래 주인은 강원 강릉바우길 5구간이다. 강릉바우길은 강릉을 대표하는 트레킹길로 2009년 민간이 조성했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개통한 해파랑길의 강릉 코스는 강릉바우길의 기존 구간을 상당 부분 재활용했다. 해파랑길 6개 코스가 강릉바우길과 겹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해파랑길 39코스와 강릉바우길 5구간은 판박이처럼 포개진다.
'12첩 수라상' 같은 해파랑길
해파랑길 39코스는 음식으로 따지면 먹을 것 많은 12첩 수라상이다. 해안길을 따라가는 도중에 송정해변과 경포해변, 사천해변 등 이름난 해변과 만나고 경포대, 허난설헌 생가터, 오죽헌 등 강릉의 대표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길이가 16㎞로 다소 긴 느낌이 있지만 평지인데다 솔밭과 해안가가 끝없이 펼쳐져서 지루할 틈이 없다.

39코스의 시작점은 강릉항 근처의 솔바람 다리다. 솔바람다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강릉커피거리가 나온다. 카페거리에 있는 커피숍만 대략 30곳이 넘는다. 한창 전성기 땐 50곳 가까운 커피숍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강문해변에서 안목해변까지는 해송숲이 이어진다. 국내에서 가장 긴 해송숲길이다.

코스를 걷지 않고 해돋이만 보러 왔다면 강문해변 솟대다리나 사근진 해변이 좋다. 동해의 추암해변 못지않은 장엄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코스 중간에 경포대가 있다. 이름은 많이 알려졌지만 실상 조선 시대 양반이 풍류를 즐긴 경포대를 직접 올라간 본 이는 많지 않다고 한다.

허난설헌 생가터 뒤의 솔밭과 생가에 연이어 펼쳐지는 가시연습지도 꼭 들러볼 만하다. 아직은 풍경이 쓸쓸하지만 신록에 물이 오르면 싱그러운 산책로로 탈바꿈한다.

39코스의 마지막 코스는 사천진리해변공원이다. 공원 옆 사천항에서는 수많은 어선이 바다로 떠날 준비를 한다. 바다는 무심한 눈빛으로 연신 하얀 포말을 해변가로 밀어내고 있다.

강릉=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