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사면 여부, 임기 마지막 정치적 결단 사안…해도 안해도 부담
신구권력 충돌, 일단 봉합 국면이지만…정부조직법 등 뇌관 될수도
'회동 관문' 통과한 文, 정권이양 속도…사면 등 고비도 남아
문재인 대통령이 우여곡절 끝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이라는 관문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서 차기 정부로의 향후 정권 이양 작업도 한층 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구 권력의 극한 대립을 일단 봉합하는 모양새를 갖춘 만큼 이제 실무협의 담당자들도 부담을 덜고서 '진도'를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까지 몇 차례의 큰 고비는 남아있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이번 회동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이명박(MB) 전 대통령 등의 사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숙제로 남아있다.

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국무회의 상정 문제, 인수위의 정부조직법 대응 방안 등을 두고도 문 대통령이 계속 정치적인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MB사면 여부에 정치권 촉각…문대통령 결단은
남은 임기 문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정치적 카드 가운데 가장 파괴력이 큰 것으로는 단연 특별사면을 꼽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 임기 종료일인 5월 9일 하루 전날이 석가탄신일인 만큼, 이를 계기 삼아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이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을 사면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면을 하든 하지 않든 그 자체가 국민들에게 던지는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메시지'가 될 수 있으며 어느 쪽이든 문 대통령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전날 사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음에 따라 현재로서는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9일 통화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만일 어제 회동에서 윤 당선인이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했다면 문제가 다르겠지만, 전혀 사면이 논의되지 않은 가운데 문 대통령이 먼저 사면에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동시 사면을 할 경우 '끼워넣기 사면'을 했다는 비난에 처할 수 있고, 그렇다고 김 전 지사를 제외하고 이 전 대통령만 사면하면 지지자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양날의 칼'인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면 가능성을 닫아둬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으로서는 새 정부에 부담을 넘기는 대신 자신이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역시 지난해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두 분의 전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이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라며 "두 분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어 아주 걱정이 많이 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을 위한 마지막 결단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신구권력 충돌 봉합?…예비비 실무협의·정부조직법 등 '뇌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으로 초유의 신·구권력 간 '치킨게임' 양상은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양측의 감정의 골이 완전히 메워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언제든 다시 갈등이 점화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당장 전날 '실무협의'로 풀어가기로 한 집무실 이전 예비비 문제나 인사 문제 등이 다시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다.

윤 당선인 측이 세부 계획을 세워온 뒤에도 문 대통령이 '면밀한 검토'를 명분 삼아 예비비 의결을 늦춘다면 윤 당선인의 '용산 시대' 구상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인사권 문제 역시 감사원의 '신·구 권력의 협의 없이는 감사위원을 제청하지 않겠다'는 입장 표출에 따라 일단은 윤 당선인 측에 실질적인 인사 주도권이 넘어간 모양새지만, 그럼에도 말끔하게 사안이 정리된 것은 아니다.

여권 일각에서 감사원의 입장 표명은 '원론적 수준일 뿐'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다시 감사위원 인사권 행사를 모색해볼 수 있을 뿐더러,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나 다른 공공기관 인선 문제 역시 언제든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수위가 내놓을 정부조직법 개편안이나 새 정부 첫 내각 구상 등을 두고 여야가 격돌한다면, 정치권에서 문 대통령에게 이에 대한 입장을 정하라는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이 불거졌을 때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 다시 각을 세우게 된다면 정부 인수인계 작업 역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