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허위선전·정부불신에 백신 접종률 낮아
수용소 집단생활에 집단감염 우려…ECDC, '피란민 백신접종' 권고
[우크라 침공] 낮은 백신접종률에 피란민들 코로나19 무방비 노출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향을 잃고 피란길에 오른 우크라이나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서방 백신을 겨냥한 러시아의 허위선전과 자국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백신 접종률이 35%에 불과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열악한 환경에 내몰리면서 집단감염 위험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수년간 우크라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서방 백신과 자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리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국영 방송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백신 반대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파했다.

여기에는 동유럽과 옛소련 국가들에서 서방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을 분열시킬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다.

우크라이나에서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친 사람의 비중은 35%, 1차 접종자도 36%에 불과하다.

소아마비나 홍역 등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률 역시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자국 정부에 대한 우크라이나인의 깊은 불신도 낮은 예방접종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크리스틴 고지 교수는 수년간의 부패와 잘못된 국정운영이 백신에 대한 국민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침공이 벌어지면서 국내외로 피란한 우크라이나인들이 대피소에서의 집단생활과 열악한 환경 때문에 집단발병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최근 보고서에서 수용소에서 지내는 난민들이 증가하면서 전염병 발생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난민 상당수를 수용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 슬로바키아 등 4개국은 코로나19 재확산을 겪는 상황이다.

해당국에서 최근 확인된 신규 감염자들은 대부분 기존 변이보다 전염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하위변위 '스텔스 오미크론'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에서도 최근 며칠간 신규 감염이 늘었다.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국가들 역시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다.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몰도바, 불가리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50%를 밑돈다.

ECDC는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국들에 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백신접종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또 난민시설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착 즉시 검사를 시행하거나, 유사 증상자를 분류·관리하고 적절한 지원 치료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우크라 침공] 낮은 백신접종률에 피란민들 코로나19 무방비 노출
코로나19만이 문제도 아니다.

유엔아동기금(UNICEF) 유럽·중앙아시아 지역 고문인 가브리엘 폰타나 박사는 소수민족 상당수가 소아마비와 홍역 백신을 기피해왔고, 이제 난민들이 좁은 곳에 모여 생활하는 상황에서 발병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소아마비의 경우 구강 분비물을 통해 퍼지는데, 우크라이나에서 위생이 열악한 지하실이나 지하철역에 숨어지내는 경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3년을 주기로 유행하는 홍역은 2019년이 마지막 유행 시기였다는 점에서 올해 재유행이 우려된다.

다만, 유럽 국가들이 이들 난민을 수용함에 따라 백신 접종에 대한 우크라이나인들의 거부감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타국에서 받는 호의로 자국 정부에 대해서는 유보했던 백신에 대한 신뢰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지 교수는 "유럽연합(EU)이 그들을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백신에 대해서도 신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