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이른 시일내 만나자" 尹 "의제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
유영민-장제원, 막후서 직접 소통 관측도…靑 "유영민 배석은 예우 차원"
역대 가장 늦은 신구 권력 만남…추경·집무실 이전 예비비 등 논의 주목
문대통령-윤당선인, 내일 靑 만찬…대선 19일만 첫 회동(종합2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6시 청와대에서 첫 회동을 한다.

이번 회동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형식으로 이뤄지며,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한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7일 오전 같은 시간에 각각 브리핑하고 이같은 소식을 동시에 발표했다.

양측 브리핑에 따르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윤 당선인과 만났으면 한다'는 입장을 윤 당선인 측에 전달했다.

이에 윤 당선인이 "국민의 걱정 덜어드리는 게 중요하다, 의제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는 취지의 답변을 청와대에 전하면서 만찬 회동이 성사됐다.

이같은 일정 조율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 실장 사이에서 이뤄졌으며 전날 저녁 최종적으로 일정이 확정됐다.

회동을 위한 양측 실무 협의는 지난 25일 오후 재개됐다는 것이 윤 당선인 측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 수석과 장 실장 간 실무 협의가 교착된 상태에서 유 실장이 직접 나서서 이를 풀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유 실장이 회동에 배석하는 것 역시 이 같은 소통 과정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 수석과 장 실장이 여러 차례 연락하며 장소와 일정을 조율했다고 강조했다.

회동에 유 실장이 배석하는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 측은 "윤 당선인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장 실장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25일 오후 이 수석이 제게 '빠른 시일 내에 회동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제가 당선인께 '청와대에서 이런 의견이 왔다'고 하니 (당선인이) '의제 없이 하자'고 해서 (회동이 성사됐다)"며 '이철희-장제원 채널'을 통해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측 핵심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 문제가 해소되면서 사실상 실무조율의 필요성이 사라지게 된 것"이라며 "우리는 항상 소통의 문을 열어둔 상태에서 청와대에서 연락이 옴에 따라 이에 응한 것"이라고 전했다.

양측은 이번 회동이 정해진 의제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윤 당선인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집행 등이 대화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진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청와대의 (회동) 제안을 보고받자마자, 속도감 있는 진행을 주문했다"며 "코로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에 미치는 경제적 파장, 안보 우려와 관련해 직접 국민들 걱정을 덜어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이 의미 있으려면 유의미한 결실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선 늘 일관된 기조였다"며 "그런 점에서 결론을 도출하고, 자연스럽게 두 분이 국가적 현안과 과제를 이야기할 기회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지난 3월 9일 20대 대선이 치러진 지 19일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이명박 당시 당선인,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박근혜 당시 당선인 간 9일 만의 회동이 '최장 기록'이었다.

1987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노태우 당시 당선인, 1992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김영삼 당시 당선인은 대선 후 사흘 만에 만났다.

1997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김대중 당시 당선인은 이틀 만에, 2002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노무현 당시 당선인은 나흘 만에 만났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지난 16일 첫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었으나, 예정된 시간을 4시간 앞두고 회동이 무산됐다.

감사원 감사위원 등 인사권 행사 문제와 윤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 구상을 둘러싼 이견이 회동 불발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감사원이 지난 25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새 감사위원 제청을 사실상 거부, 현 정부에 반기를 들면서 감사위원 임명 문제는 일단 해소된 상황이다.

이번 회동이 성사된 배경에는 신·구 권력 간 충돌 양상이 장기화하는 것처럼 비치는 데 대한 양측 부담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