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찾는 성인 ADHD 환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기업 회사원 A씨는 회사 생활이 어렵다.

회사에서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된다'는 의견을 자꾸만 들어서다. A씨는 회사 생활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억울할 따름이다.

업무에서 자꾸만 실수하고, 회사 사람들의 작은 반응에도 감정기복이 심해져 힘들어하는 그에게 어느날 가족은 '병원에 가 보라'는 조언을 건냈다.

A씨의 진단명은 '성인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A씨는 "어린 아이들에게나 ADHD가 있는 줄 알았는데, 의사가 말하는 증상에 거의 해당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성인 ADHD, 사회생활 어려움 느끼기 쉬워

ADHD 환자는 뇌 전두엽의 앞부분(전전두엽) 활성화가 잘 안된다. 실제로 ADHD가 있으면 전전두엽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노르에프네프린 기능 저하가 나타난다. 전전두엽은 기억, 판단, 반응 조절 등을 담당해 행동을 통제하고 특정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데, ADHD가 있으면 통제나 집중이 어렵다.

때문에 ADHD를 앓는 성인은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기 쉽다. 회사에서 남들보다 실수가 잦고, 눈치없는 언행을 보이거나, 심한 감정기복을 드러내는 편이어서다.

반건호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성인 ADHD 환자는 인력관리와 업무총괄 같은 조직화 능력에 취약해 회사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승진 누락, 업무 배제 등으로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해 파악하기 쉽지 않고, 빠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2040 남성 ADHD 급증…"그래도 병원은 10분의 1만 찾아"

성인 ADHD 환자는 해마다 느는 추세다.

한국경제TV 취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ADHD 진단을 받은 20~40대(만 25~49세)를 살펴본 결과 남성 환자수는 50%, 여성 환자수는 38%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가장 증가폭이 큰 나이대는 만 45~49세로 61% 증가했다. 남성이 더욱 주의해야 하는 질환이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성인 ADHD 환자들은 어릴 때부터 ADHD였는데, 이를 모르고 지내다 힘들어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은 최근 성인 ADHD에 대한 관심이 커진게 이유로 보이지만, 병원에 오는 성인 ADHD 환자는 전체 환자의 10분의 1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덕현 교수는 "원래 ADHD는 남자 아이들에게서 유병률이 4~5배 높은편"이라며 "때문에 성인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손해 자꾸 봐도 위험주 투자…혹시 성인 ADHD?

주변에 성인 ADHD가 의심되는 사람이 있거나, 스스로 성인 ADHD인지 궁금하다면 언행을 잘 관찰해보자.

전문가들은 ▲직장에서 능률이 떨어지거나 ▲일의 효율이 나지 않으며 ▲갑자기 화를 내고 ▲병적으로 감정기복이 클 때 ▲잦은 난폭운전 ▲쉼없이 설명하거나 말하기, 행동하기 등이 나타난다면 성인 ADHD를 의심해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주식투자를 할 때도 즉각적인 보상을 추구하는 경향 때문에 장기 투자가 쉽지 않다. 중독 수준으로 주식에 집착하기도 한다.

한덕현 교수는 "성인 ADHD 환자는 주식을 할 때 제대로 분석해 뛰어들기보다 순간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편이라 장기 투자가어렵다"며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 지속적인 손해를 보면서도 위험주에 계속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박 성향이 주식에서 나타난다면 성인 ADHD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미국정신의학회가 밝힌 성인 ADHD의 자가진단 문항은 다음과 같다. 항목별로 빈도나 강도에 따라 5단계로 나누어 채점한다. '전혀 아님, 드묾, 가끔, 종종, 자주'의 순서로 항목 뒤에 적힌 숫자를 더하면 된다. 총점이 14점 이상이면 ADHD를 의심한다.

1. 사람들과 대화할 때,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해도 집중이 안 될 때가 얼마나 자주 있는가?

(전혀 아님 0, 드묾 1, 가끔 2, 종종 3, 자주 5)

2. 자리에 앉아 있는 모임이나 상황에서 얼마나 이탈하는가?

(전혀 아님 0, 드묾 1, 가끔 2, 종종 3, 자주 5)

3. 혼자 시간을 가질 때 이완하거나 느긋하게 쉬는 게 어려울 때가 자주 있는가?

(전혀 아님 0, 드묾 1, 가끔 2, 종종 3, 자주 5)

4. 대화를 나누면서 얼마나 자주 상대방의 말을 끊는가?

(전혀 아님 0, 드묾 1, 가끔 2, 종종 2, 자주 2)

5. 마감 시간 직전까지 얼마나 자주 일을 미루는가?

(전혀 아님 0, 드묾 1, 가끔 2, 종종 3, 자주 4)

6. 생활을 질서정연하게 유지하고 자잘한 것을 챙기기 위해 얼마나 남에게 자주 의존하는가?

(전혀 아님 0, 드묾 1, 가끔 2, 종종 3, 자주 3)

●약물치료 중요…뇌 기능 개선 효과

ADHD는 치료 효과가 매우 좋은 편이다.

한덕현 교수는 "인지행동치료도 있으며, 최근에는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임상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치료를 받으면 일에 대한 적응이나 능률이 올라가니 주체없이 방문하길 권한다"고 설명했다.

반건호 교수는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률이 80%에 이를 정도"라며 "메틸페니데이트나 아토목세틴 제제를 복용하면 ADHD 환자에서 문제가 되는 뇌 기능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문제를 조절할 수 있을 만큼 훈련됐다면 복용 용량이나 횟수를 줄일 수 있다.

공황장애, 품행장애, 우울증, 알코올·게임·도박중독 등 다른 질환이 동반됐을 가능성을 살필 필요도 있으며, 함께 치료해야 효과가 좋다.


김수진기자 sjpe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