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가디언 "1998년 첫 발생 후 6번째…기후변화 신속 대응 필요"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인 호주 대산호초(Great Barrier Reef)에서 역대 6번째 대규모 백화현상이 일어난 사실이 확인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주 세계최대 산호초에 대규모 백화현상…"라니냐 시기 첫사례"
호주 정부 산하 '대산호초 해상공원관리청'(GBRMPA)은 항공 조사를 통해 1천200㎞에 걸친 대산호초에서 고온으로 인한 대규모 백화현상이 진행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당초 올해는 바다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라니냐가 일어나 산호초가 온난화로 인한 피해에서 회복되는 기간이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가디언은 올해 백화현상은 라니냐 시기에 대산호초에서 발생한 첫 대규모 백화현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호주 정부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를 백화현상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시급히 줄이는 등의 대응을 촉구했다.

데이비드 와첸펠드 GBRMPA 수석과학자는 "라니냐 시기에 백화현상 발생은 예상치 못한 것이지만 지구와 산호초 지대는 150년 전보다 1.5℃ 더 따뜻해졌다"며 "기후는 변하고 있고 이런 예상치 못한 사건들도 더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호주 해양과학연구소(AIMS)와 GBRMPA는 공동으로 헬리콥터를 이용해 750개 산호초 군락이 서식하는 2천300㎞에 걸친 해상공원 4개 관리구역 전체에 대한 항공 조사를 지난 23일 완료했다.

와첸펠드 박사는 "4개 구역 모두에서 광범위한 백화현상을 확인했다"며 "이는 2016년 이후 4번째 대규모 백화현상이자 라니냐 시기에 일어난 첫 사례"라고 말했다.

AIMS 소속 닐 캔틴 박사는 "휘트선데이 군도와 쿡타운 사이 산호초에서는 백화현상이 없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며 "해안에 가까운 산호초의 백화현상이 특히 심하고 범위도 넓었다"고 말했다.

다만, 백화현상 정도는 지역과 산호 군락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공원의 남쪽 부분은 백화현상이 다른 곳보다 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백화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산호초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 세계최대 산호초에 대규모 백화현상…"라니냐 시기 첫사례"
산호 백화현상은 산호가 평균보다 높은 바닷물 온도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일어난다.

백화현상을 겪는 산호가 다 죽는 것은 아니다.

AIMS 연구진은 백화현상이 일어난 산호 가운데 올해 말까지 생존해 원래 색을 되찾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호주 대산호초에선 1998년 처음 대규모 백화현상이 나타났고, 2002·2016·2017·2020년에도 같은 현상이 관측됐다.

과학자들은 작년 12월 대산호초 지역이 이상 고온현상을 보이자 백화현상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캔틴 박사는 "올해 백화현상 면적이 2년 연속으로 백화현상이 일어난 2016년과 2017년보다 더 넓은 것 같다"며 "라니냐 시기에 대규모 백화현상이 일어난 것이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매년 백화현상을 감시하고 있고 심각한 고온현상으로 인한 영향도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년 전 예측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심각성과 빈도도 매우 걱정스러운 수준"이라며 "(기후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와첸펠드 박사는 "경험상 이런 사건은 기후변화 없이는 일어날 수 없다"며 "이런 현상을 산호초가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경보를 매우 크게 울리는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주 당국은 수일 내에 유네스코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과학자들에게 이번 조사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며, 이들 과학자는 10일간 호주 대산호초 현황을 조사해 오는 6월로 예정된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