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통치후 40세 아들 후계자로…수도에 말탄 모습 황금동상
중앙아 투르크 조기대선…베르디무함메도프 부자세습 유력
철저한 권위주의 통치체제로 '중앙아시아의 북한'으로 불리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12일 조기 대선이 실시됐다.

지난 2007년부터 15년 동안 투르크메니스탄을 철권통치해온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64) 대통령이 세 번째 임기 종료를 2년 앞두고 지난달 조기 사임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전국 2천500여 개 투표소에서 오전 7시(현지시간)부터 시작된 투표는 오후 7시까지 이어진다.

현지 선거법에 따르면 7년 임기의 대통령을 뽑는 대선에서 유효 투표율은 없으며 투표자 50%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

이번 조기 대선에는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의 아들인 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40) 내각 부의장을 비롯해 9명이 입후보했으나 세르다르 부의장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옛 소련에 속했던 중앙아시아 5개국 가운데서 처음으로 부자 권력 세습이 유력해 보인다.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은 지난달 "젊은 세대에게 권력을 넘겨주고 싶다"며 조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자신은 지난해부터 맡은 상원의장직을 유지하고 싶다는 바람을 표시했다.

상원의장으로서 후계자 아들의 안정적 통치를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전임자인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대통령 사후 권한대행을 맡아 이듬해 대선에서 권좌에 오른뒤 15년 넘게 인구 600만 명의 이슬람국가를 통치해 왔다.

그는 철저한 야권과 언론 통제, 본인 우상화 정책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을 중앙아시아의 북한으로 불리게 했다.

수도 아시가바트에는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이 말에 탄 장면을 형상화한 황금 동상이 서 있다.

그는 자전거를 탄 채 과녁에 권총을 쏘거나 회의실에서 관료들의 박수 속에 금제 역기를 들어 올리는 장면을 국영방송을 통해 내보내는 등 건강한 이미지 구축에도 애써왔다.

아들 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 내각 부의장은 지난해 40세가 되면서 대선 출마 요건을 갖췄다.

2016년 의원이 되면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이후 외무차관, 주지사, 산업건설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경력을 쌓아 왔고 지난해 내각 부의장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나흘간 러시아를 방문하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는 등 대외 활동도 강화해왔다.

천연가스 수출이 국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원 의존적 경제구조를 가진 투르크메니스탄은 한때 가스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수출해왔지만, 지금은 중국에 75%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