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 한미동맹 재건·한일관계 개선에 의지
美전문가 "윤 정부서 '글로벌 코리아' 귀환 두드러질 것"

문재인 정부 5년간 전후(戰後)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악화한 한일 관계가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지 주목된다.

[이슈 In] 한일 정상 셔틀외교 복원·쿼드 참여 급물살 타나
윤석열 당선인이 과거사에 얽매이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던 만큼 양국 관계가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동반자 관계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10년간 왕래가 끊긴 한일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과 함께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에도 참여해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윤석열·기시다, 정상 셔틀외교 복원할까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전 과정에서 여러 차례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 관계가 "과거사 이슈에 매몰된 채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적 노력 없이 악화 일로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또 '윤석열 정부'의 대일정책에 대해서는 "한일 관계 미래상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기본정신과 취지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는 "국민을 친일과 반일로 갈라 한일관계를 과거에 묶어두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양국) 신뢰가 형성되면 과거사 문제도 분명히 극복 가능하다"고도 했다.

그는 이달 10일 대국민 당선 인사에서도 한미동맹 재건과 함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11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만나자는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과거사를 둘러싼 극한 대립과 장기간 대화 단절 등으로 양국 정부와 정상 간 신뢰가 무너진 것이 관계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로 보고 있다.

한일 정상이 수시로 상대국을 오가며 소통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셔틀외교는 2011년 12월 이명박-노다의 교토(京都) 회담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을 통해 "한일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이를 위해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를 복원하고 고위급 협의 채널을 가동해 위안부 문제,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수출 규제 등 양국 갈등 현안의 포괄적 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일대사를 지낸 이준규 한국외교협회 회장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폐기된 적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유효하다"며 "윤 당선인 취임을 계기로 한일 정상이 하루빨리 대화의 통로를 열어 신뢰를 구축해야 현안에 대한 해결책도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측이 윤 당선인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만큼 윤 당선인은 허니문 기간이 지속되는 정권 초기에 조속히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일본도 한일관계를 계속 이렇게 끌고 가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에 윤 당선인이 대화를 제의하면 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 쪽에서도 윤 당선인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양국 정상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만나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쿼드 참여도 가시화될 듯…5월 한미일 정상회담 주목
미국이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춧돌이기도 한 한일관계 개선은 한국의 쿼드 참여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윤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대(對)중국 견제 성격의 쿼드 산하 백신·기후변화·신기술 워킹그룹에 먼저 참여한 뒤 추후 정식 가입을 모색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는 4개국 협의체인 쿼드를 한국과 뉴질랜드 등 주변 동맹국을 포함한 '쿼드 플러스'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 나온다.

미중 균형외교를 중시했던 문재인 정권이 쿼드 참여에 소극적이었지만 정권교체를 계기로 한국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 진영 안보 협력체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의 쿼드 참여 움직임은 5월 말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쿼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외교가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쿼드 정상회의 참석차 5월 말 방일할 때 한국도 방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슈 In] 한일 정상 셔틀외교 복원·쿼드 참여 급물살 타나
그동안 한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정상외교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한미 정상회담을 했는데,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이 먼저 한국을 찾아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쿼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일하면서 한미일 3국 정상회의 개최를 함께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포위망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일관계 개선이 시급한 과제 중 하나였는데 한미일 협력 관계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권 출범을 계기로 이런 구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향후 1∼2년 내 추구해야 할 핵심 실행 계획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미일 3각 협력을 대중 견제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의 마크 토콜라 부소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한국의 '글로벌 코리아'로의 귀환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이 한 발짝 더 나서 역내에서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역할을 더 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러시아 견제 등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쿼드에 참여하는 문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쿼드 참여의 경우 중국을 견제하는 폐쇄형 협력체로서가 아닌 개방형 협력체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우선 기능별 협력을 하면서 확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