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안했는데 한 걸로 기재"…사전투표자에게 용지 또 배부도
오후 6시 이후 확진자 투표 시작…선관위 "별도 집계 계획 없어"
확진자 투표 시작도 안했는데…일반 유권자 투표장서도 '혼란'
9일 전국 1만4천464개 투표소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가 진행된 가운데 사전투표 때 극심한 혼란을 빚었던 선거관리 부실 사태가 재연되는 조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모든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에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했다고 밝혔으나 현장에서는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일반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도 파행을 빚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날 경기 오산시 중앙동 제2투표소에서는 출근길에 투표하러 온 유권자 A씨가 자신의 투표용지가 이미 배부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투표를 못 하는 일이 발생했다.

선거인명부에는 A씨가 이미 투표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선관위 측은 현장 투표사무원 질의에 "한 명에게 두 장의 투표용지가 배부돼선 안 된다"며 투표하지 못하게 하라고 안내했다가 23분 뒤 "일단 투표용지를 내어 주고 투표하게 하라"며 번복했다.

항의하던 A씨는 출근을 위해 투표소를 떠난 뒤였다.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는 "누군가 A씨의 신분증으로 부정행위를 했을 경우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다시 교부한 사례도 나왔다.

강원일보에 따르면 사전투표를 한 B씨는 이날 오전 강원도 춘천 중앙초교 투표소를 찾은 아내와 동행했다.

그는 본인 신분증도 제출했다가 투표용지를 받게 되자, "사전투표한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또 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다.

강원도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 명부를 확인하는 사무원이 사전투표자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 실수로 투표용지를 건넸다"고 해명했다.

B씨는 본투표 관리 상황을 확인하고자 투표를 시도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투표용지에 "도장이 잘 찍히지 않는다"며 항의하는 사례도 전국에서 다수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특정 후보자의 기표란이 코팅돼 있다는 억측도 온라인에 퍼졌으나 중앙선관위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일부는 즉석에서 출력한 투표용지를 받는 사전투표와 지난달 28일 미리 인쇄한 투표용지를 받는 본투표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조모 씨는 언론사에 "투표용지에 (국민의당)안철수(대표)가 사퇴로 표시돼 있지 않았다.

개포4동 선거함을 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신랑이 봤는데 놀랐다고 한다"고 제보했다.

본투표 투표용지 인쇄 이후에 사퇴한 안 대표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는 투표용지에 '사퇴' 표시는 없고 투표소에 사퇴 안내문만 붙는다.

이같은 전반적인 불신은 중앙선관위가 코로나 확진·격리자 상황을 오판, 지난 4∼5일 사전투표 관리를 부실하게 한 데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지대 신율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평소 선관위가 신뢰받는 기관이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제기하겠느냐"면서 "해당 사례들도 현장 사무원들의 실수라고 하더라도 실수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본투표에 참여하는 확진·격리자 규모를 별도 집계할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확진·격리자는 이날 오후 6시 이후 일반 유권자 투표가 완전히 종료되면 일반 유권자가 다녀간 기표소에서 기표한 뒤 동일한 투표함에 이를 직접 투입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확진·격리자 투표는 시간만 분리될 뿐 일반 유권자와 똑같이 진행된다"면서 "확진자가 투표소에 오면 선거인명부에 있는지만 확인하고 별도로 집계하지는 않는다.

이를 집계하려면 추가 인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