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부터 베테랑까지 '만점 활약'…인명피해 '제로'
"지치지 마세요" "마지막 영웅" 응원·격려품 쇄도
[동해안 산불] 만사 제쳐놓고 달려온 전국 소방관들 '숨은 주역'
대형산불이 강원 동해안을 휩쓸었음에도 단 한 건의 인명사고와 주요 기간시설이 피해를 보지 않은 데에는 소방대원들의 활약이 컸다.

'산불 진화'를 주목적으로 하는 산림청 소속 진화대원들과 달리 '주택·시설과 인명 보호'가 최우선인 소방대원들은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마을과 도심을 사수했다.

9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닷새 동안 동해안에는 전국에서 소방대원과 의용소방대원 등 5천여 명과 소방차와 소방헬기 등 370여 대거 투입돼 화마(火魔)와 사투를 벌였다.

공중에서는 헬기가, 지상에서는 민·관·군이 합동으로 광범위하게 흩어져 화재를 진압했다.

민가를 덮치려 할 때면 소방대원들이 펌프차와 전문진화차로 불을 끄고, 의용소방대원들은 구석구석 남은 불씨를 제거했다.

4일 울진에서 삼척까지 불이 급속도로 번지며 LNG 생산기지까지 위협했을 때는 35만L(리터)급 대용량포 방사시스템 2대를 삼척 LNG기지 주변에 전진 배치해 확산 위험을 차단했다.

대용량포 방사시스템은 1분에 7만5천L의 소방용수를 130m까지 방수하는 능력을 갖춘 '울트라급' 소방차다.

[동해안 산불] 만사 제쳐놓고 달려온 전국 소방관들 '숨은 주역'
이튿날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이 동해에서 확산했을 때는 울산 북부소방서 대원들이 8명을 해군1함대사령부 탄약고를 지켜냈다.

소방대원들은 또 요양원과 병원에 있던 환자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소방버스를 활용해 대피시키고, 중환자들은 구급차에 태워 다른 지역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곳곳에서 활약했다.

새내기 소방관인 경기 부천소방서 소속 이경태 소방사는 "동해 일대에 화세가 커져 '나도 위험할 수 있겠다'고 염려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며 "베테랑 대원들과 함께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휴일까지 반납하고 진화 기간 내내 등짐 펌프를 둘러매고, 불 갈퀴를 손에 든 채 묵묵히 화마에 맞선 의용소방대원들 역시 '숨은 일등공신'이었다.

한 의용소방대원은 "추운 날씨에 몸이 젖으면 더 힘들지만, 한시라도 빨리 불을 끄지 않으면 확산을 걷잡을 수 없어 어떤 환경이라도 감수해야 한다"며 소임을 다했다.

[동해안 산불] 만사 제쳐놓고 달려온 전국 소방관들 '숨은 주역'
이들을 향한 응원 메시지와 기부 물품도 쏟아졌다.

산불 현장 인근 햄버거집 주인은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네요.

지치지 마시고 조심히 끝내길 기도할게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햄버거를 건넸다.

강릉소방서에는 누군가 "뜨거운 열기와 독한 연기로 연일 고생하고 계신 소방관님들에게 감사와 안쓰러운 마음을 전합니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마지막 영웅입니다"라며 화장품을 놓고 갔다.

산림 80ha가 소실된 영월에도 신원을 밝히지 않은 3명의 익명 기부자가 지난 7∼8일 소방서를 찾아 기부 물품을 주고 가는 따뜻한 손길이 잇따랐다.

윤상기 소방본부장은 "따뜻한 응원과 격려 덕에 오랜 시간 진화작업에 지쳐있는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며 "산불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 진화와 인명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해안 산불] 만사 제쳐놓고 달려온 전국 소방관들 '숨은 주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