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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침의 시] 상처 - 이승하(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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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이 아침의 시] 상처 - 이승하(1960~)
    산 개미가 죽은 개미를 물고
    어디론가 가는 광경을
    어린 시절 본 적이 있다
    산 군인이 죽은 군인을 업고
    비틀대며 가는 장면을
    영화관에서 본 적이 있다

    상처입은 자는 알 것이다
    상처입은 타인한테 다가가
    그 상처 닦아주고 싸매주고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상처입힌 자들을 향해
    외치고 싶어지는 이유를

    상한 개가 상한 개한테 다가가
    상처 핥아주는 모습을
    나는 오늘 개시장을 지나다가 보았다.

    시집 《생명에서 물건으로》(문학과지성사) 中

    먼 나라에서 일어난 전쟁 소식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상처를 보는 것만으로도 상처 입기 쉬운 마음을 가졌을지 모릅니다. 너무 멀어 가까이 다가가 그 상처 닦아주고 싸매줄 수도 없으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외치고 싶습니다. 상한 개가 상한 개한테 다가가듯이 상처 입은 마음이 상처 입은 마음에게로 바짝 다가서는 순간, 그 곳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이소연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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