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유가가 지정학적 긴장에 오름세를 지속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8.01달러(7.44%) 오른 배럴당 115.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이는 2008년 9월 22일(120.92달러) 이후 최고치다.

한 주간 WTI 가격은 24.09달러(26.30%) 올라 1983년 4월 자료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주간 상승 폭을 기록했다.

주간 상승률 26.30%는 2020년 4월 3일로 끝난 주간 이후 최대였다.

올해 들어 WTI 가격은 40.47달러 올랐으며 상승률은 53.81%를 기록했다.

서방의 제재로 이란산 원유 수출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는 또다시 상승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규모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했다는 소식에 핵 위협 우려가 고조된 점도 유가를 끌어올렸다.

미국 의회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라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상원에서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러시아 에너지 수입 금지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이에 즉각 지지 의사를 밝힌 가운데, 백악관은 휘발유 가격 상승 우려에 해당 조치에는 신중한 상황이다.

그러나 러시아 기업과 개인에 대한 강력한 금융 제재로 시장에서는 이미 러시아 석유에 대한 수입 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많은 트레이더가 러시아와의 거래로 제재를 위반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를 취급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 계획) 복원 협상이 며칠 내로 타결될 가능성이 있는 점은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IA 웰스 매니지먼트의 콜린 시에진스키 수석 시장 전략가는 "제재 강화나 생산이나 가스관 피해 등 공급을 축소하는 어떤 이벤트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불씨가 될 수 있다"라며 "반면에 이란의 수출 재개와 같은 미국과 이란과의 핵 합의 등 공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이벤트도 현 랠리를 둔화하거나 반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오는 5일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해 핵 합의 복원을 위해 남아 있는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

만약 서방 당사국과 이란과의 핵 합의가 복원되면, 이란의 원유 수출 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이 커 원유시장에 이란산 원유가 풀리게 된다.

한편, 원유시추업체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이번 주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채굴 장비 수는 전주보다 3개 줄어든 519개로 집계됐다.

5주 연속 증가한 데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