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보수 성향 지지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진보 진영 지지자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후보 간 정치적 가치나 철학 경쟁이 아닌 비호감 경쟁만 이뤄지는 상황에서 세(勢) 대결만 노리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2일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박 전 이사장 측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에서 동서 통합을 통한 평화통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과 동시에 ‘영·호남통합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는 단연코 이 후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박 전 이사장을 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 고문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박근혜 써포터즈’ 등 보수 진영 7개 단체 회원들이 이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언론방송특보를 맡았던 표철수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등도 “이 후보가 홍 의원의 결기와 닮았다”며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친문(친문재인) 단체인 ‘깨어있는 시민연대(깨시연)’가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할 때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한 단체다. 이민구 깨시연 대표는 “저희 ‘문파’(강성 친문 지지층)가 윤 후보에게 ‘서초의 빚’이 있다”고 했다. 윤 후보는 “결국 우리가 부정부패 없고 깨끗한 다른 나라를 만들자고 하는 데 대해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화답했다. 친문 일부가 윤 후보로 돌아선 건 이 후보가 5년 전 대선 경선 때 문 대통령과 갈등의 골이 깊었던 것과도 관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비서실장을 지낸 정운현 씨는 “괴물 대통령보다 식물 대통령이 낫다”며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약도 비슷한 데다 이념적 양극화가 심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