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 나는' 이미지 벗고 '오징어게임'서 지질한 중년으로 완벽 변신
90년대 국민드라마 '모래시계'로 스타덤…30년간 다양한 캐릭터 소화
한국 청춘스타에서 글로벌 도약…'제3의 전성기' 이정재
배우 이정재(50)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28일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앞서 고섬어워즈, 골든글로브에서도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던 그는 두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해외 시상식에서 첫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에서 사채업자들에 쫓기다 생존 게임에 참가한 주인공 성기훈을 연기했다.

술과 도박에 빠져 폐인처럼 살아가면서도 사람에 대한 믿음만큼은 놓지 않는 인물이다.

그동안 '폼 나는' 배역으로 국내에서 안방과 스크린을 사로잡았던 이정재는 이번 작품에서 기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지질한 중년 남성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후줄근한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장 바닥에 쭈그려 앉아 달고나를 정신없이 핥아대는 모습은 기훈의 절박한 처지를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전달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이정재는 모델 출신으로,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한 1990년대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1995)를 통해 청춘스타 반열에 올랐다.

윤혜린(고현정)의 보디가드 백재희 역을 맡은 그는 한 발 뒤에서 혜린을 묵묵하게 지키는 모습으로 여심을 훔쳤다.

이후 영화 '태양은 없다'(1999)로 27살의 나이에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작품을 통해 연예계 대표 '절친'으로 소문난 배우 정우성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또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인 임상수 감독의 '하녀'(2010)에서는 욕망에 충실한 주인집 남자 훈으로 분한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후 영화 '도둑들', '신세계', '관상', '암살', '신과 함께' 등 출연 영화들이 연달아 히트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천만 관객을 넘어선 출연작이 4개나 된다.

이정재는 작품마다 180도 바뀐 모습으로 등장하는 탓에 '캐릭터 수집가'라고도 불린다.

영화 '정사'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앳된 청년 우인, '선물'에서는 시한부 통보를 받은 아내만을 위해 무대를 준비하는 무명 개그맨 용기, '태풍'에서는 강인한 해군 장교 강세종, '사바하'에서는 신흥종교단체의 실체를 쫓는 속물 박 목사,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는 형제를 죽인 청부살인업자를 향한 복수를 꿈꾸는 레이 역으로 매력을 발산했다.

이정재는 최근에는 배우를 넘어 연출자로서의 도약도 꿈꾸고 있다.

영화 '헌트'의 연출과 주연을 맡아 지난해 11월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첩보 액션극 '헌트'는 이정재와 정우성이 '태양은 없다' 이후 20여 년 만에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이정재는 또 정우성과 함께 6년 전 설립한 연예기획사 아티스트컴퍼니에 배우 안성기, 염정아, 고아라, 박소담, 이솜 등을 영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회사 지분을 컴투스와 위지윅스튜디오에 매각하는 등 사업가로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그가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