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名서 중공업 빼고 '꿈' 실은 현대重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가 ‘HD현대’로 사명을 바꾼다. 1972년 그룹 모태가 된 현대중공업 설립 후 50년간 그룹 전체를 상징하던 ‘중공업’은 조선 부문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에만 남는다. 중공업의 이미지를 떼고 미래 신성장 사업을 육성·발굴하는 투자 전문 지주사로서 역할을 부각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사명 바꿔 신사업 투자 역할 부각

현대중공업지주는 24일 이사회를 열어 사명을 HD현대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28일 개최하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 변경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새 사명 HD현대는 ‘인간이 가진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룹名서 중공업 빼고 '꿈' 실은 현대重
현대중공업지주는 제조업 중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투자 지주회사로서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사명 변경에 나섰다. 사명에서 ‘중공업’을 떼어냄으로써 투자 및 인수합병(M&A) 등 신사업 발굴·육성에 주력하는 지주사의 기능을 부각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8년 기존 순환출자 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를 출범시켰다. 산하에 조선(한국조선해양), 에너지(현대오일뱅크), 건설기계(현대제뉴인) 등 3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로봇(현대로보틱스), 전기전자시스템(현대일렉트릭), 선박서비스(현대글로벌서비스) 등을 거느린 구조다.

지배구조 개편 이후 현대중공업지주는 신사업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왔다. 2020년엔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 전문회사인 아비커스를 설립했다. 같은 해 한국투자공사(KIC)와 글로벌 기업 인수·지분 투자를 위해 1조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작년 하반기에는 투자 전문 자회사인 현대미래파트너스를 통해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인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해 바이오 분야를 강화했다.

원천기술 확보 중심 투자 확대

현대중공업지주의 사명 변경은 단순 제조업을 넘어 첨단 기술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그룹의 비전이 반영됐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다가올 해양모빌리티 시장에서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며 “중후장대 기업에서 기술 중심 ‘최첨단 기술혁신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새로운 사명은 회사의 미래 지향점을 담고 있다”며 “사명 변경을 계기로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사명 변경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신사업 투자 행보를 가속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에너지 부문 핵심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와 조선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앞두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불승인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돼 투자 여력도 늘어났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최근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의 투자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며 “원천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춘 투자가 이어질 경우 그룹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대중공업지주는 약 2514억원을 들여 자회사인 한국조선해양 주식 290만 주(4.1%)를 매입했다. 인수 지분은 범현대가 기업인 KCC가 보유한 191만 주(2.7%)와 아산사회복지재단이 갖고 있는 99만 주(1.4%)다. 이번 인수로 현대중공업지주의 한국조선해양 지분은 35.05%로 늘었다. 회사 측은 “자회사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및 책임경영 강화가 매입 목적”이라고 밝혔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