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은행보다 자금 추적 어려워
제재 손실 메우려 랜섬웨어 사용해 디지털자산 훔칠 수도
[우크라 침공] "러시아 회사들, 가상화폐 사용해 제재 회피할 수도"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단계적 경제 제재에 착수했지만 러시아가 가상화폐 기술을 사용해 제재 효과를 약화하려 할 수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분리주의 지역 2곳의 독립을 승인하고 파병을 지시한 것에 대응하는 단계적 경제 제재 방안을 22일 발표했다.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VEB와 방산지원특수은행인 PSB 2곳, 그리고 이들의 자회사 42곳을 제재 대상에 올린 뒤 미국 내 보유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했다.

보통 국가·기업 간 거래는 국제 금융시스템 속에서 이뤄지며, 국제사회는 이를 통해 제재 대상 국가나 기업 등이 거래에 포함됐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나 디지털 자산을 사고파는 거래소나 다른 플랫폼에서는 이러한 자금 추적이 상대적으로 은행보다 느슨하게 이뤄진다.

이런 까닭에 국제사회 제재 대상에 포함된 국가·기업·단체 등이 가상화폐를 사용해 각국 정부의 통제 지점을 우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작년 10월 미국 재무부도 가상화폐가 미국의 제재 프로그램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NYT는 러시아 또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다양한 가상화폐 도구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다른 국가와 교역에서 달러를 대신해 사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루블'이라고 부르는 자체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를 개발 중이다.

러시아 기업은 이를 활용해 국제 금융시스템 바깥에서 디지털 통화로 거래할 의사가 있는 모든 국가와 거래에 나설 수 있다.

이와 관련해 2020년 10월 러시아 중앙은행 대표는 "디지털 루블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제재에 더 잘 견딜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또 러시아가 제재에 따른 수익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랜섬웨어와 같은 해킹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을 훔칠 수 있다고 했다.

가상화폐를 사용해 서방의 제재 효과를 약화한 사례는 이란과 북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랜섬웨어를 사용해 가상화폐를 훔쳐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국제 사회 제재를 회피하려고 가상화폐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자 미국도 관련 활동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7일 미 법무부는 가상화폐 및 기타 디지털 자산의 악용을 식별·제거하기 위한 역할을 할 국가 가상화폐 단속국(NCET)을 신설했다.

미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 야야 파누시 연구원은 "디지털 통화를 직접 교환하는 중앙은행 시스템은 새로운 위험을 초래한다"며 "미국의 제재 약화는 이들 국가가 국제 금융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 침공] "러시아 회사들, 가상화폐 사용해 제재 회피할 수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