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조선업 불황 장기화·경영 악화로 2017년 폐쇄
정부·정치권·지역사회, 혼신의 노력…내년 재가동 열매로
[군산조선소 재가동] ①5년의 기다림…가동중단에서 재가동까지
[※ 편집자 주 =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위한 협약식이 24일 열렸습니다.

2017년 가동이 중단된 지 5년만입니다.

긴 겨울의 끝에서 움트는 파릇파릇한 새싹 같은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당시 군산조선소 가동중단과 GM 군산공장이 잇달아 문을 닫으면서 군산은 물론 나아가 전북 경제가 크게 휘청였기 때문입니다.

연합뉴스는 가동중단에서 재가동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보는 3편을 송고합니다]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를 세우기로 한 것은 2007년이다.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주문량이 쇄도하던 시절이다.

[군산조선소 재가동] ①5년의 기다림…가동중단에서 재가동까지
이 같은 공장 증설 계획 정보를 입수한 전북도와 군산시는 전담팀을 꾸려 유치작업에 들어갔다.

열악한 지역경제 상황을 타개하고 가파르게 진행되는 인구 감소세를 멈추게 할 대안이라는 판단에서다.

타 시·도와의 치열한 유치전 끝에 군산조선소 건립(181만㎡)이 결정됐고, 착공 2년여만인 2010년 3월 드디어 문을 열었다.

총 1조2천억원을 들여 전북 군산 제2 국가산단에 들어선 현대중 군산조선소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골리앗 크레인(1천650t)과 도크(건조 공간) 등을 갖추고 매년 10척 안팎의 선박을 건조했다.

준공 이후 연간 1조원가량의 수출 실적을 올리며 연착륙했지만 이런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수주절벽에 가로막힌 현대중공업은 결국 7년 만인 2017년 7월 군산조선소 문을 닫아야 했다.

지역경제에 미친 파급은 엄청났다.

사내·외 직원 5천250명이 한순간에 길거리에 나앉았고, 그 가족들을 포함해 2만 명이 생계 위기에 내몰렸다.

전북 전체 수출의 9%, 군산 수출의 20%를 담당하던 군산조선소의 몰락은 지역경제를 시련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군산조선소 재가동] ①5년의 기다림…가동중단에서 재가동까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었던만큼 재가동을 위한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가동 중단 직전 도민 100만 명이 존치를 호소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했고,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현대중공업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집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북도와 군산시가 그동안 청와대와 총리실, 중앙부처에 재가동을 건의한 것만도 46차례다.

각계에 지원을 요청한 것을 합하면 220회가 넘는다.

범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각종 단체의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위한 총결의대회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본사와 국회·청와대 앞 릴레이 시위가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각 정당의 대표는 물론 이낙연·정세균 당시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이 군산을 방문해 재가동 문제를 논의하는 등 정치권·정부의 지원사격도 가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군산조선소 존치를 대선공약으로 채택했고, 재임 기간 이례적으로 4차례나 군산을 방문해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군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에서 "그동안 군산이 제일 '아픈 손가락'이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만큼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과 GM 공장 폐쇄 사태 후 지역경제 침체에 대해 문 대통령의 깊이 고민해 왔음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군산조선소 재가동] ①5년의 기다림…가동중단에서 재가동까지
이런 전방위적인 노력에도 정작 당사자인 현대중공업은 미온적이었다.

전반적인 조선업의 불황 장기화와 가중된 경영난 등으로 선뜻 재가동 결정을 하지 못한 것이다.

2017년 최길선 현대중 회장과 2018년 강환구 현대중 사장은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도민의 희망은 커져갔다.

하지만 실제 재가동으로 연결되지 않아 '희망고문'에 두번 운 꼴이 됐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당사자인 현대중공업과 담판에 나섰다.

2017년 이후 매년 최대 4차례 경영진을 면담해 스킨십을 강화했고, 이런 끈질긴 노력은 마침내 2021년 5월 전북도-군산시-현대중공업이 참여하는 '재가동 실무협의체 구성'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실무협의체에서 전북도와 군산시는 가동 중단된 군산조선소의 활용 방안 3가지를 제시하며 압박에 나섰다.

1안은 부지 전체 매각, 2안은 사외 블록 배정, 3안은 부분 재가동이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군산조선소의 부분 재가동에 동의했다.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실무협의체는 올해 1월 재가동을 위한 실무이행협정서 및 협약서를 만들었고 이날 협약 체결로 이어졌다.

5년이라는 기나긴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강임준 군산시장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믿고 기다려준 시민들과 기업체 관계자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군산조선소의 성공적인 재가동을 위해 물류비 지원 및 인력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이 붕괴한 지역의 조선산업과 경제를 활성화해 군산이 다시 조선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