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상승·지정학적 긴장 영향
[우크라 일촉즉발] 비트코인 '디지털 금'이라더니…주식과 동반 하락
'디지털 금'이라 불리며 위험 분산 수단으로 주목받았던 비트코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치솟는 물가에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를 각각 독립국으로 승인하고 이 지역에 러시아군 투입을 명령하자 2주 만에 최저인 3만6천370달러(약 4천355만원)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지지자들로부터 '디지털 금'으로 자주 불린다.

증시 등 다른 금융시장의 변동에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금과 비슷하게 가치 저장 수단의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가상화폐를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화폐 가치 하락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비트코인이 더욱 주목받을 때가 왔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실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6만9천달러(약 8천262만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가 현재는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에 애널리스트들은 비트코인의 '디지털 금' 지위가 합당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세계 주식의 급락세와 나란히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22일 지난달의 전고점보다 10% 이상 떨어져 조정장에 진입했다.

가상화폐 거래업체 B2C2의 크리스 딕은 "가상화폐와 주식의 상관관계는 지난 몇 달간 인플레이션 관련 거시경제 뉴스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상황 때문에 높았다"면서 "이는 비트코인이 몇 년 전에 치켜세워졌던 안전자산이 아니라 현재로서는 위험자산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점점 더 주식 시장의 움직임을 쫓고 있다.

비트코인과 S&P 500 지수의 상관관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비트코인과 S&P 500 지수의 상관계수는 2017∼2019년 0.01에 그쳤지만 2020∼2021년에는 0.36으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금은 최근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에 비트코인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지난 22일 트로이온스(31.1g)당 1천913.89달러(약 229만원)까지 올라 6월 1일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의 슬럼프를 지켜본 투자자들은 '가상화폐의 겨울'이 또다시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에도 약세장이 계속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에 비해 80%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최근의 가격 하락이 가상화폐 겨울의 조짐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보유가 늘어난 것이 비트코인이 주식과 함께 움직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며 이 상관관계는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B2C2의 크리스 딕은 예상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루노의 비제이 아이야르 부사장은 비트코인이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금과 경쟁하려면 더 폭넓은 보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