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수형자 인지장애 방치한 교도소…인권위 "건강권 침해"

교정시설 수형자에게 적절한 의료 조치가 제공되지 않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3일 인지기능 장애 의심 증세를 보인 노역 수형자의 건강과 수용환경을 관리하면서 직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관련 교도관들에게 경고 조치하고, 향후 수용자 특성에 맞는 적절한 의료조치와 처우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직무교육을 하라고 A 교도소장에게 권고했다.

피해자의 아들은 아버지가 만 87세의 고령이지만 건강한 상태로 교도소에 입소했는데, 교도관들이 의료 처우와 수용 관리를 소홀히 해 아버지에게 인지기능 장애 증상이 발병했고 동료 수용자들에게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교도소 측은 피해자가 이전 구치소에서 고령으로 인지기능 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의무관 소견을 받은 것을 고려해 노인거실 수용 등 조치를 했고 의료 처우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또 동료 수용자들이 가한 폭언·폭행은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도와주다가 발생했으며 동료 수용자들 또한 고령자이고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해 엄중 훈계 조치를 했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교도소 측의 의료조치 소홀과 관리 부실로 인지기능 장애가 발병했다는 주장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적절한 정신과 질환 치료와 수용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사실로 확인된다며 건강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피해자는 2020년 10월 구치소에 노역 수형자로 입소할 때 머리·어깨·다리 타박상 등 외상이 있었고 고혈압, 당뇨 등 질병을 앓고 있었다.

같은 해 11월 A 교도소로 이송된 뒤 교도소 측은 진료기록을 인계받았는데도 별다른 의료 조치 없이 만 65세 이상 일반 수용자를 수용하는 노인거실에 수용했고, 이송 후 약 한 달간 피해자가 어지러워서 넘어지거나 이상행동 등 인지기능 장애 증상을 보였는데도 별다른 의료 처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인권위는 교도소 측이 다른 수용자들이 욕설과 폭행을 가한 사실도 사건 발생 후 열흘이 지난 뒤 다른 수용자가 신고할 때까지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