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군 도발로 긴장고조"…엘리제궁 "평화적 해법 모색에 공감"
러·우크라·OSCE 3자 회의 소집도 논의…우크라 "반군 공격안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 격화와 함께 더욱 고조된 가운데 관련국 정상들이 20일(현지시간)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소통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사태 중재에 적극적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급 전화 통화를 한 데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위기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크렘린궁은 이날 보도문을 통해 프랑스 측의 요청으로 푸틴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전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가 요구한 안전보장 문제에 대한 상세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전선 상황의 급격한 악화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긴장 고조의 원인이 우크라이나군의 도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첨단 무기와 탄약 등을 대규모로 공급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 결과 돈바스 지역의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으며, 이들이 거세지는 포격을 피해 러시아로 대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2015년 노르망디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민스크 평화협정(정부군과 반군 간 휴전 협정)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양측은 현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해 '노르망디 형식 회담' 참여국 외무부와 정상 정치보좌관 채널을 통해 외교적 해결 모색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은 돈바스 지역 분쟁 해결 방안 논의를 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의 4자회담 형식을 일컫는다.

푸틴 대통령은 또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구체적이고 본질적으로 답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엘리제궁도 이날 통화와 관련 마크롱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법을 찾을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엘리제궁은 또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휴전을 위해 노력하고, 긴장 고조를 피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유용한 조처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간 통화는 1시간 45분 동안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7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약 30분 동안 통화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통화 뒤 트위터 계정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과 돈바스 상황 해결을 위한 '3자 접촉그룹' 회의를 긴급 소집할 필요가 있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전했다.

돈바스 분쟁 해결을 위한 실무 문제를 논의하는 3자 접촉그룹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진 와중에 돈바스 지역에선 지난 17일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DPR 및 LPR 소속 반군 간에 교전이 격화해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서방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반군 공격을 빌미로 돈바스 지역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DPR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돈바스 공격 때 불가리아 등 서방국가들에서 공급받은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군에 대한 공격 사실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반군이 정부군 진영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드미트로 쿨례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는 어떤 공격작전이나 도발, 유격전, 러시아 영토 공격 등도 행하지 않고 있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전쟁을 원치 않고 평화를 지향한다"면서 돈바스 분쟁 격화에도 아직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