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실패 끝 '네 탓' 공방 격화…지지율 따라 재협상 가능성도

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안 후보의 공개 제안으로 본궤도에 오른 지 일주일만인 20일 돌연 좌초했다.

양측은 과반에 이르는 정권 교체 여론에 힘입어 확실한 대선 승리를 이루고자 물밑 협상을 벌였으나, 서로 다른 조건을 제시하며 평행선을 달리다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일단 원점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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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소 조우'로 물꼬 텄지만…결국 원점으로
단일화 협상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안 후보가 지난 13일 여론조사 경선에 의한 후보 단일화를 공개 제안한 데 이어 안 후보 측은 "2∼3일 이내에 답을 달라"며 윤 후보를 압박했다.

'역선택' 우려를 깔고 여론조사 경선에 선을 그은 윤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자진 사퇴 후 지지 선언을 전제로 '예우'를 약속하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안 후보에게 책임총리나 연합 정부, 경기지사 공천 등을 배려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감정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국민의당 유세 버스 사망 사고는 단일화 협상의 변곡점이 됐다.

지난 16일 안 후보가 선거운동을 전격 중단하고, 윤 후보가 빈소를 지키던 안 후보를 찾아가면서 협상의 물꼬가 트이는 듯했다.

한때 실제로 이날 오전 후보 간 일대일 담판이 추진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안 후보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단일화 제안을 철회하면서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는 "윤 후보의 책임 있는 답변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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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일 '네 탓 공방'…이준석 발언 놓고 충돌도
소통 실패는 양측의 책임 공방으로 흘렀다.

안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책임은 제1야당과 윤 후보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 후보가 중간에 사람을 끼워 단일화 분위기를 거의 다 만들어놓고 뒤통수를 쳤다"고 했다.

이날 오전 있었던 두 후보의 전화 통화를 두고도 진실 공방을 벌였다.

윤 후보가 먼저 안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연결이 안 됐고,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회신해 단일화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눈 데 대해선 이견이 없다.

다만, 윤 후보 측은 "안 후보가 전화를 다시 주기로 해놓고 갑자기 회견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안 후보가 이미 시간이 지났다, 늦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했다.

장외 충돌로 불꽃이 튀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KBS에서 안 후보가 유세차 사고로 사망한 관계자의 유지를 들며 완주 뜻을 밝힌 데 대해 "국민의당 유세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를 써놓고 가시나"라고 비꼬았다.

그러자 안 후보 측 신나리 선대위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금수와 다를 바 없다"며 "패륜적 망언에 사과하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윤 후보 측은 공식 라인을 통해 상황 관리에 나섰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안 후보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정권 교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절제된 입장을 냈다.

하지만 안 후보 측 홍경희 대변인은 논평에서 "삼인칭 관찰자 같은 황당한 논평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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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李와 격차 확대'·安 '10%대 회복' 목표 속 여지
야권 단일화는 결국 지지율 추이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냉각기가 불가피해 보이지만, 대선 직전까지 단일화가 정권 교체의 필요조건으로 거론될 경우 지지층의 단일화 압박도 재차 거세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두 후보의 이해관계도 맞물릴 수밖에 없다.

윤 후보 측에서 "이대로 끝난 게 아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다만, 둘은 당분간 단일화의 문을 열어둔 채 각자 길에 매진할 가능성이 크다.

윤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를 10% 포인트 이상으로 크게 벌려 보수 지지층에 안정감을 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여전히 윤 후보나 국민의힘 지지율이 정권 교체 여론에 크게 미달하는 점을 고려, 중도층과 무당층을 주로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안 후보는 10%대 회복을 목표로 총력전을 벌일 전망이다.

선거비용을 전액 국고로 보전받을 수 있는 15%에 가깝게 치고 올라 자력 완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