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광고주들, 광고효과 떨어지자 구글·아마존으로 옮겨"
OS시장 양분한 구글의 프라이버시 강화, 또다른 악재될 수도
오랫동안 디지털 광고 업계의 확고한 선택지였던 페이스북이 이런 과거의 지위를 상실하고 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이 지난해 4월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도입한 새 사생활 보호 기능이 페이스북 사업 모델의 심장부를 강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이용자 개개인의 관심·취향에 맞는 정교한 표적 광고를 보내고, 광고가 매출 증대로 이어진 효과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워왔다.

신문은 선물 바구니 사업을 하는 마사 크루거의 사연을 전하며 페이스북의 달라진 환경을 소개했다.

크루거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광고 예산을 전액 투자해왔고, 이를 통해 평균적으로 14달러를 쓸 때마다 고객 1명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작년 4월 애플이 아이폰 등에 대해 사생활 보호 기능을 강화하자 똑같이 고객 1명을 얻는 데 드는 비용이 10배로 뛰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크루거는 작년 10월 모든 광고 예산을 구글로 옮겼다.

영양 보충제, 눈썹 화장도구, 화장실용 방향제 등 온라인 장터를 통한 판매에 의존하고 있는 다른 많은 사업체도 똑같은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광고 효과가 떨어지면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쓰던 광고 예산을 구글이나 아마존, 소셜미디어 스냅 같은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은 이달 초 작년 4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애플의 사생활 보호 강화 조치로 올해에도 약 100억달러(약 12조원)의 매출액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보태 애플의 iOS와 함께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을 양분하는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구글도 최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이용자 활동을 추적하는 것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에는 또 다른 악재가 될 잠재력이 있는 조치다.

이런 악영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 탓에 실적 발표 뒤 메타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3천억달러(약 358조7천억원) 이상 사라졌다.

디지털 기술 시장조사 업체 '퓨처럼 리서치'의 분석가 대니얼 뉴먼은 애플의 사생활 보호 조치가 메타가 지금껏 겪은 최대의 걸림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먼은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의 인터넷상 행태에 대한 은밀한 세부정보를 확보하는 능력 위에 자신의 제국을 건설했다"며 "애플은 그 게임을 바꿨다"고 말했다.

광고 업계에서는 메타가 차세대 인터넷으로 불리는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 구축에 대규모로 투자하기로 한 것도 지금처럼 다른 기기 제조업체에 종속되지 않는 미래를 만들려는 시도란 시각도 있다.

메타는 여전히 1천만명이 넘는 광고주를 보유하고 있다.

메타는 "우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사업체가 성장하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데 최고의 플랫폼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며 "항상 광고 효과 평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널리스트 마이클 네이선슨은 페이스북의 장기 과제는 효과적으로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광고를 보내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면서 더 적은 데이터로 맞춤형 광고를 하는 시스템 구축에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