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걱정에 잠이 오나"…산불 걱정에 뜬눈으로 지새운 영덕주민
"집이 걱정되는데 잠이 어떻게 옵니까?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지요.

"
17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 화수1리 마을에서 만난 박동화(65)씨는 "산불이 마을까지 내려올까 봐 걱정이 태산 같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 이장을 맡은 그는 16일 마을 인근에서 불이 난 뒤 노약자를 대피시키고서 계속 마을 주변에 머물며 산불 진화 상황을 살폈다.

영덕군에 따르면 15일 오전 4시께 영덕 지품면 삼화리 산에서 난 불이 당일 오후 5시께 진화됐다가 밤새 되살아나면서 크게 번졌다.

16일 오전 2시 18분께 되살아난 불은 지품면과 인접한 영덕읍 화천리와 화수리 일대로 번져 17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군은 불이 번지자 화수리와 화천리 주민을 다른 곳으로 대피하도록 했다.

화수1리 주민 150여명 가운데 노약자는 화계2리 마을회관에서 가서 지냈고 비교적 젊은 주민 등은 모텔이나 친인척 집에 머물렀다.

몸은 대피했지만 불이 번져 집이 탈까 싶어서 주민 대다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화수1리 쉼터에는 비교적 젊은 주민 대여섯 명이 모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타지역에서 넘어온 소방차들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마음 편히 지내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 40대 주민은 "혹시 몰라 밤새도록 여기서 산불 진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그나마 바람이 좀 잦아들어서 마을 근처까지 오지 않아 다행이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은 1997년 2월 영덕읍 일대에 일어난 산불을 연상하게끔 한다고 한 주민은 전했다.

당시 불이 민가 주변으로 번지면서 주민들이 대피했고 수십㏊가 탔다.

이에 영덕군은 산불 피해로 황폐한 창포리 일대에 해맞이공원을 만들고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했다.

이번 산불은 당시 산불보다 피해 면적이 훨씬 큰 것으로 집계된다.

영덕군은 17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150㏊ 정도 탄 것으로 추정한다.

한 60대 주민은 "대피해제령이 내려져야 집에 돌아갈 수 있을 텐데 이래저래 걱정이 든다"며 "어서 진화되기만 바라고 있다"고 힘없이 말했다.

"집 걱정에 잠이 오나"…산불 걱정에 뜬눈으로 지새운 영덕주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