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지지세력 결집 기대하며 '정치교체론' 호소
국힘, 정권심판론 내세우며 20대 투표율 진작에 총력
코로나에도 높은 투표의향, 20대는 '뚝'…여야 엇갈린 셈법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속에서도 3·9 대선 투표 참여 의향이 80%를 훨씬 웃돈다는 여러 조사 결과가 나오자 여야가 유불리를 놓고 제각각 셈법을 가동하며 촉각을 세웠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각 후보를 둘러싼 각종 신상 논란이 대선판 전체를 관통하는 가운데 정권심판론의 작동 정도와 코로나19 대유행 등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유불리를 쉽사리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캐스팅보트 중 하나로 여겨지는 20대의 투표의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세대별로 엇갈린 예비 표심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17일 공개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20대 대선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83%로 집계됐다.

세대별로는 18세∼29세 66.4%, 30대 84.1%, 40대 81.7%, 50대 87.2%, 60대 89.8% 70세 이상 90.7%로 나타났다.

다른 세대는 모두 지난 19대 대선의 같은 조사와 동일하거나 소폭 상승한 반면, 20대는 17.8%포인트 하락해 60%대를 기록했다.

이날 공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83%였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이 유리하다는 통념이 이번 대선에도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지지 세력의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정권심판 여론이 강고한데다,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여당인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또한 방역실패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우려 속에서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엿보인다.

우상호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후보 지지층이 투표장에 많이 나올지 예측은 불가능하다"면서 "지금 예측하기는 이르다.

사전투표 3~4일 전에 어느 지지층 결집도가 높을지 예측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권심판론'을 이 후보가 내세운 '정치교체론'으로 넘어서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전략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역대 대선마다 정권심판론이 높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었다"면서 "우리는 이번에 정부도 바뀌고 정치도 바뀐다는 정치교체론으로 계속 어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선관위 조사에서 이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박한 점수를 주는 것으로 분석되는 20대 투표의향(66.4%)이 지난 조사보다 17.8%포인트 줄어든 점도 주시하면서 20대 여론의 향배를 살피고 있다.

코로나에도 높은 투표의향, 20대는 '뚝'…여야 엇갈린 셈법
국민의힘은 투표율이 대선 결과를 좌우할 마지막 핵심 변수 중 하나라고 보고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의힘이 최근 부정선거 감시, 투·개표 관리, 사전투표 점검 등을 담당할 '공명선거·안심투표 추진위원회'를 윤석열 후보 직속으로 발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높은 '적극적 투표의향'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면서도, 선관위의 세대별 조사에서 20대의 투표의향이 가장 저조한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대남(20대 남성)'의 윤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상황에서 선거 당일 이들을 온전히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찾지 않거나 확진돼 투표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고령층을 대상으로는 '부정선거' 우려를 해소하며 사전투표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며 "20대 청년층을 대상으로는 커뮤니티와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투표 독려 활동을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적극적 투표의향이 그만큼 팽팽한 현재 판세를 반영한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투표율은 후보 간 공방이 치열할 때 올라가고, 추가 한쪽으로 확 기운다고 생각될 때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하고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찍을 사람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상황에서 투표의향이 높다는 건 여야 대결이 상당히 치열하다는 이야기"라면서 "유권자들이 그만큼 내 한 표가 큰 의미라고 생각하고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표의향은 그야말로 '의향'일 뿐이지 실제 투표율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 투표율은 75.8%, 2017년 19대 대선 투표율은 77.2%였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투표참여 의향은 모범답안이라고 보면 된다.

사람들은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맞히려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실제 투표율이 그처럼 높게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관위 조사는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51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다.

NBS 조사는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20.3%다.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활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