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글로벌 패권 전쟁 중심엔 늘 바다가 있었다
세상에는 단지 하나의 바다만 있을 뿐이다. 그 드넓은 바다의 길목을 지키는 것은 품이 많이 들고 지난하다. 그 대신 노고의 ‘과실’은 달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는 말 그대로 세계 위에 군림했다. 바다를 품에 안기 위해 수많은 제국이 성쇠와 명멸을 거듭한 이유다.

《총, 경제, 패권》은 중국의 주요 역사학자, 국제정치학자, 경제학자, 언론인 등이 1500년대 이후 바다를 배경으로 벌어진 글로벌 패권 경쟁을 복기한 책이다. 베네치아와 스페인부터 네덜란드, 영국, 독일, 미국, 일본, 중국 등의 패권 도전사를 압축적으로 담았다.

해양 주도권 다툼,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경쟁, 글로벌 경제의 탄생과 확산 등 수많은 국적의 학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고, 다소 진부하기까지 한 고전적 주제를 복기했지만 다루는 필치는 신선하다. 패권국으로 부상을 도모하고 있는 중국 지식인들의 시각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 까닭이다.

14~15세기 자유 민간무역이 흥성한 이후 인류사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초의 자본주의 국가 베네치아는 상품과 화폐, 시장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남겼다. 계약과 은행, 보험, 회사 제도는 그들이 후대에 남긴 유산이다. 합스부르크 스페인은 최초의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일궜고, 세상에 패권 경쟁이라는 개념을 각인시켰다.

‘바다의 마부’로 불렸던 네덜란드는 모직물 유통과 청어잡이, 조선업으로 큰 부를 일궜다. 전 세계 해안에 등대를 설치하고 해저 케이블을 깔았던 영국은 4세기에 걸쳐 스페인, 프랑스, 독일이라는 대륙 세력의 도전을 물리쳤다. 미국은 제해권뿐 아니라 막대한 산업 생산력에 달러화를 앞세워 비교를 불허하는 초강대국이 됐다. 미국 주도의 세계체제에 편승한 일본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고, 플라자 합의 이후 급속히 쇠락했다.

저자들은 지난 40년간 이어진 중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은 글로벌 시장의 개방과 자유경제체제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중국은 과거의 역사에서 무엇을 배웠으며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