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 30분 돌리니 CO 농도 최고 4천80ppm…차량 불법개조 정황도
원주 부상자는 '위중'…"버스기사들, 안전교육 받지 못했다" 주장 제기
사망자 2명 안치 장례식장에 주요 후보 조문 발길…각당 종일 '조용한 유세'
사망사고 버스서 '치사량 일산화탄소'…LED 설치 하자여부 수사(종합)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유세버스 내에서 발생한 2명 사망사고 경위를 수사하는 경찰은 현장 감식과 함께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설치 하자 여부 등에 대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사고 버스 내부 현장 감식에서는 LED 전광판 전원 공급용 발전기 가동 환경에서 치사량의 일산화탄소(CO)가 검출됐다.

◇ "일산화탄소 최고 4천80ppm"…차량 불법개조 정황
16일 경찰과 업계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날 국민의당 충남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 손평오(63) 씨와 버스기사 A(50)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유세버스의 화물칸에서는 LED 전광판으로 안철수 후보 홍보 방송을 송출하기 위한 3.5㎾급(가솔린 10ℓ 용량) 전원 공급용 발전기가 가동 중이었다.

현장 감식 결과 발전기를 30분간 돌렸더니 화물칸 일산화탄소 농도가 최고 4천80ppm까지 치솟았다.

버스 내부 농도도 1천500∼2천250ppm으로 측정됐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1천600ppm인 곳에서는 2시간 이내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경찰이 확인한 유세버스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두 사람은 차량 정차 후 20여분이 지나자 발작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1시간 10여분 만에 의식을 잃었다.

사망사고 버스서 '치사량 일산화탄소'…LED 설치 하자여부 수사(종합)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차량 내부에 연탄이나 다른 가열 물체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발전기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차량 내부로 들어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선거유세를 위한 랩핑버스 외부 LED 설치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지역의 한 이동광고매체 업체 관계자는 "20여년간 관련 일을 했는데, 어제 사고를 통해 선거 유세버스에 LED를 설치한 모습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전날 이런 형태의 유세차량을 전국에서 18대 운용했다고 밝혔다.

이 버스들은 경기 김포에 본사를 둔 이동광고매체 업체에서 일괄 제작됐는데, 이 회사 홈페이지 포트폴리오(납품 이력)에도 LED 래핑버스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 개조 정황도 불거졌는데, 차량 등화 장치인 LED 전광판을 설치하며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구조 변경 승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사고 버스서 '치사량 일산화탄소'…LED 설치 하자여부 수사(종합)
◇ 원주 부상자도 위중…"안전교육 못 받아"
천안 사고와 비슷한 경위로 강원도 원주 국민의당 유세차량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진 운전자 김모(67) 씨는 이틀째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아들은 이날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중환자실에서 고압 치료하면서 2∼3단계로 완화됐으나, 아직 의식은 되찾지 못한 상태"라며 "72시간에 걸친 저온 치료 경과를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버스기사들이 안전 수칙과 관련한 사안을 제대로 공지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씨가 소속된 경남 창원 소재 업체 관계자는 "사전에 안전교육을 받은 기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다른 기사 몇몇에게 전화를 해봤더니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안전교육을 받았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가스를) 맡으면 죽는데 문을 닫고 있을 리가 있겠는가"라며 "안전교육도 안전교육이지만, 일산화탄소가 실내로 유입될 위험이 있다면 버스 안에 가스 경보기라도 달아놓는 게 상식이 아니냐"고도 덧붙였다.

사망사고 버스서 '치사량 일산화탄소'…LED 설치 하자여부 수사(종합)
◇ 경찰, 3명 사상 경위·책임소재 다각도 조사
경찰은 3명 사상 경위와 책임 소재 등을 가리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발전기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버스 내부로 들어가 두 사람이 질식했을 가능성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충남경찰청 수사팀 지원 인력 등과 함께 LED를 설치한 경기 김포 이동광고매체 업체를 찾아 관계자를 상대로 시공 관련 도면과 작업일지 존재 여부, 발전기 배기가스 발생 가능성에 대한 공지 여부 등을 조사했다.

차량 임차 관계가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와 차량 연식 등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과실이 드러나면 관련 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사실관계 파악 결과를 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원주경찰서 역시 정밀감식 등을 진행하며 사고 발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망사고 버스서 '치사량 일산화탄소'…LED 설치 하자여부 수사(종합)
◇ 후보들 조문 발길…종일 '조용한 유세'
사고 발생 소식을 접하자마자 유세 일정을 전면 중단한 안철수 후보는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천안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 장례식장을 잇달아 찾아 유족을 위로하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오후에도 다시 장례식장으로 발걸음해 재차 애도의 뜻을 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이날 오후 마지막 일정인 강원도 원주 유세를 마친 뒤 천안에서 조문하는 일정을 잡았다.

선대본부 측은 "조문은 비공개로 할 예정"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오영훈 후보 비서실장이 함께 빈소를 찾기로 했다.

이재명 후보가 서울에서 늦게까지 유세하는 만큼 동선상 충남 천안에 마련된 빈소를 찾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워 유세 때 조의를 밝히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정당은 또 사망자들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종일 유세차량 스피커를 끄고 조용한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