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 유엔 회부 촉구에 문 대통령 답 없자 세 번째 방문
추위 속 靑 앞에서 절규한 이용수 할머니…"내가 죽기 기다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4) 할머니가 16일 청와대를 찾아 위안부 문제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회부를 다시 한번 촉구하고,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이 할머니의 청와대 방문은 지난달 14일과 25일에 이어 세 번째다.

서울의 기온이 영하 8도까지 내려간 이 날 오전 10시 20분께 한복에 분홍색 목도리, 검은색 패딩 차림으로 청와대 분수대 앞에 도착한 이 할머니는 "엄동설한에 이게 뭐냐. 코로나도 심한데, 바람맞고 병들어 죽으라는 거냐. 내가 무슨 죄가 있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와 동행한 김현정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추진위) 대변인은 "1월 25일 이 자리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CAT 회부 촉구 지지 서명을 전달했지만 아무 답을 듣지 못한 할머니가 다시 이 자리에 서셨다"며 "할머니는 당장 대통령과 면담을 하겠다고 요구하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달 25일 청와대를 찾아 위안부 문제의 CAT 회부를 지지하는 다른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94)·박옥선(97)·이옥선(94)·이옥선(92)·박필근(94) 할머니의 서명 등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추진위는 "대통령의 답이 없으면 시위라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다루려면 한국과 일본 모두 동의해야 하지만, CAT 회부는 일본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

추위 속 靑 앞에서 절규한 이용수 할머니…"내가 죽기 기다리나"
청와대 관계자 안내에 따라 인근 카페로 자리를 옮긴 이 할머니는 육성철 행정관을 만나 CAT 회부에 대한 대통령 답변을 요구했으나 "차분하게 검토 중"이라는 답을 듣자 분노를 표했다.

이 할머니는 "대통령을 만나자고 왔는데 이게 뭐냐. 찻집이 아니라 청와대에 가서 죽겠다"며 "나도 성한 몸이 아니다.

내가 이러다 죽으면 잘 됐다고 춤을 추겠지만 그렇게는 못 한다"며 흐느끼기도 했다.

오전 11시 33분께 청와대 관계자가 자리를 뜨자 이 할머니와 추진위 관계자들은 청와대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 30여명이 청와대 사랑채 앞 횡단보도에 질서유지선을 치고 진입을 막자 이 할머니는 "나 죽기를 바라는 것이냐"며 승강이를 벌이다 낮 12시 8분께 발걸음을 돌렸다.

추진위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CAT 회부 제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음 달 1일까지 답변을 기다린 뒤 향후 활동을 결정할 계획이다.

추위 속 靑 앞에서 절규한 이용수 할머니…"내가 죽기 기다리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