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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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좀처럼 7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말의 저점 대비 12% 가깝게 반등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4%도 회복하지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최강자인 삼성전자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삼성전자는 직전 거래일 대비 변동이 없는 7만3300원에, SK하이닉스는 5500원(4.15%) 하락한 12만70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우려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국가들의 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이 함께 고조된 영향이다.

이날은 SK하이닉스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전체적인 주가 추이를 보면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힘이 약하다. 올해 들어선 뒤 증시가 저점을 찍은 지난달 27일 대비 삼성전자는 3.37% 오르는 데 그친 데 반해, SK하이닉스의 상승률은 11.89%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산업 관련 호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호재는 두 회사 모두의 주가를 밀어 올렸다. 미국 화학기업 듀폰은 지난 8일(현지시간)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재료 부문의 매출이 19% 늘었다고 밝혀 반도체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했다. 이날부터 이틀동안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5.83% 올랐다. 이 영향이 국내 증시에 반영된 9~10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59%와 3.60%가 상승했다.

반도체 외에도 모바일, 가전 등 다양한 사업부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두 번째 호재의 훈풍은 아예 삼성전자를 비켜 갔다. 웨스턴디지털·키옥시아의 일반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재료 오염이 발생해 생산 차질이 생겼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11일에 전해진 이 소식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13만원선 위로 올려놨다. 호재의 영향은 이틀째 이어지며 SK하이닉스는 지난 14일 13만2500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가를 찍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11일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해 전일까지 반등하지 못했다. 경쟁사의 낸드플래시 생산 차질 소식이 이 분야에서의 성장 여력이 큰 SK하이닉스에만 집중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낸드플래시 부문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오다가 2020년 10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에 나서며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작년 말에는 인수 절차의 첫 단계를 마무리했다. 이후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부문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대폭 높여 잡고 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의 작년 3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5.9%이지만, 영업이익률은 40%에 달한다”며 “(차세대 규격에 대응하는) 엔터프라이즈용 솔리드스태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는 15.2%의 점유율을 차지해 SK하이닉스의 취약한 부분을 상당히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업계 1위 사업자다. 업황이 나아져도 큰 폭의 성장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논리는 메모리반도체 분야 전체에도 적용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이미 메모리반도체 업체로서는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뤘기 때문에 메모리반도체 업황 회복을 이유로 톱픽(Top-Pick)으로 꼽히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며 “결국 파운드리 부문에서의 파격적 진전이나 의미 있는 기업 인수·합병(M&A)를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장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