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찬·이석준 사건 이어 또 비극…"가해자 분리 실패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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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경찰뿐 아니라 형사사법 기관 모두 스토킹범죄 적극 대응해야"
지난 연말연시 신변보호 대상 여성이나 그 가족을 살해한 김병찬(35), 이석준(25) 사건으로 유사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음에도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숨지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지난해 김병찬의 스토킹 살해 사건 발생 이후로 경찰은 스토킹 범죄 현장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했고, 피해자 신변보호 제도도 개편했지만 비슷한 범죄가 재발하는 것을 막지 못한 셈이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가해자가 다시 풀려나와 범행을 저지르고 스스로도 극단적 선택을 한 이번 사건은 구속영장이 한차례 반려되면서 가해자의 신병 확보 상태를 유지하지 못한 점이 사건을 미연에 막지 못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피살된 여성은 이달 11일 가해자가 협박한다며 폭행과 특수협박 혐의로 고소했고,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로 등록됐다.
이 여성은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도 지급받았다.
가해자인 조씨는 자신이 고소당한 사실을 알게 되자 피해 여성이 운영하는 가게에 찾아가 협박했고, 당시 관할경찰서였던 구로서는 조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유치장에 입감하기도 했다.
경찰은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했으나 검찰이 혐의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반려했다.
풀려난 조씨는 범행 후 이날 숨진 채 발견됐으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가해자에 대한 구속수사 시도가 불발하면서 피해자를 원천적으로 분리하지 못한 데 따른 참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이 사건에서 신변보호 조치는 절차대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신변상의 위협을 호소한 피해자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동시에 스토킹처벌법상 긴급응급조치 1∼2호를 결정했다.
가해자가 100m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촉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신고자가 스마트워치로 신고하자 경찰은 3분 만에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범행을 '작심'하고 달려든 피의자를 막기는 어려웠다.
이 같은 사건 경위에 비춰 가해자에 대한 영장 청구와 발부가 제때 이뤄졌다면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지난해 12월 서울경찰청이 스토킹범죄 현장 대응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을 때도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고 검찰의 청구와 법원 발부 결정이 바로바로 될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런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경찰이 영장을 받아내려면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이나 협박 문자 내용, 목격자 진술, CC(폐쇄회로)TV 등 구체적인 근거들을 증빙해야 하는데, 이런 근거가 충분하지 않으면 검찰이 반려하거나 법원이 기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서울 지역 한 일선 경찰서에서 여성·청소년 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수사관은 "경찰이 초동 조치하고 1차 수사한 내용과, 법리적인 구속 사유를 검토하는 검찰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수사관은 "우리가 느끼기에는 (구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신청하는데 형사소송법이나 다른 이유로 기각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면서 "현장에 나가지 않고 기록만 보고 검토하는 쪽에서는 (가해자의 범행을) 예측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보완도 중요하지만 경찰뿐만 아니라 형사 사법 기관이 모두 함께 스토킹이나 데이트폭력,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 보호 등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안의 경우 경찰 입장에서는 스마트워치 제공이나 출동 등이 문제없이 이뤄졌다"면서 "구속 등 기존 형사사법 제도로 대응만 잘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제도를 아무리 바꾼다고 해도 제도를 운용하는 주체들이 엄정함을 깨닫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며 "앞으로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의식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 연말연시 신변보호 대상 여성이나 그 가족을 살해한 김병찬(35), 이석준(25) 사건으로 유사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음에도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숨지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지난해 김병찬의 스토킹 살해 사건 발생 이후로 경찰은 스토킹 범죄 현장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했고, 피해자 신변보호 제도도 개편했지만 비슷한 범죄가 재발하는 것을 막지 못한 셈이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가해자가 다시 풀려나와 범행을 저지르고 스스로도 극단적 선택을 한 이번 사건은 구속영장이 한차례 반려되면서 가해자의 신병 확보 상태를 유지하지 못한 점이 사건을 미연에 막지 못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피살된 여성은 이달 11일 가해자가 협박한다며 폭행과 특수협박 혐의로 고소했고,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로 등록됐다.
이 여성은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도 지급받았다.
가해자인 조씨는 자신이 고소당한 사실을 알게 되자 피해 여성이 운영하는 가게에 찾아가 협박했고, 당시 관할경찰서였던 구로서는 조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유치장에 입감하기도 했다.
경찰은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했으나 검찰이 혐의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반려했다.
풀려난 조씨는 범행 후 이날 숨진 채 발견됐으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가해자에 대한 구속수사 시도가 불발하면서 피해자를 원천적으로 분리하지 못한 데 따른 참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이 사건에서 신변보호 조치는 절차대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신변상의 위협을 호소한 피해자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동시에 스토킹처벌법상 긴급응급조치 1∼2호를 결정했다.
가해자가 100m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촉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신고자가 스마트워치로 신고하자 경찰은 3분 만에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범행을 '작심'하고 달려든 피의자를 막기는 어려웠다.
이 같은 사건 경위에 비춰 가해자에 대한 영장 청구와 발부가 제때 이뤄졌다면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지난해 12월 서울경찰청이 스토킹범죄 현장 대응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을 때도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고 검찰의 청구와 법원 발부 결정이 바로바로 될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런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경찰이 영장을 받아내려면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이나 협박 문자 내용, 목격자 진술, CC(폐쇄회로)TV 등 구체적인 근거들을 증빙해야 하는데, 이런 근거가 충분하지 않으면 검찰이 반려하거나 법원이 기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서울 지역 한 일선 경찰서에서 여성·청소년 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수사관은 "경찰이 초동 조치하고 1차 수사한 내용과, 법리적인 구속 사유를 검토하는 검찰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수사관은 "우리가 느끼기에는 (구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신청하는데 형사소송법이나 다른 이유로 기각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면서 "현장에 나가지 않고 기록만 보고 검토하는 쪽에서는 (가해자의 범행을) 예측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보완도 중요하지만 경찰뿐만 아니라 형사 사법 기관이 모두 함께 스토킹이나 데이트폭력,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 보호 등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안의 경우 경찰 입장에서는 스마트워치 제공이나 출동 등이 문제없이 이뤄졌다"면서 "구속 등 기존 형사사법 제도로 대응만 잘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제도를 아무리 바꾼다고 해도 제도를 운용하는 주체들이 엄정함을 깨닫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며 "앞으로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의식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