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사라진 대선? 후보별 노동공약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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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대통령선거를 두고 노동계 안팎에선 '노동이 사라진 대선'이라는 말들이 나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노동개혁, 문재인 정부 출범 때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등 굵직한 노동이슈가 있었던 데 비해 이번 대선은 정권연장이냐, 교체냐를 두고 프레임이 짜여진 영향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오면서 각 후보들은 간간이 노동이슈에 대한 생각의 일단을 내비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선 노동이슈에 대해 그나마 가장 구체적이고 정리된 공약을 내놓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입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6일 '노동정책 공약 발표문'을 내놨습니다. 눈길 끄는 몇 대목을 살펴봤습니다. 총 6가지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두 번째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고용원칙과 적정임금제도'입니다. 이 후보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원칙을 법제화하겠다"며 "이와 함께 고용보장을 위해 용역회사가 바뀌더라도 고용관계가 승계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공정임금위원회를 설치하고 직무에 대한 객관적 가치평가,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표준임금체계를 도입해 임금제도의 종합적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직접고용 1년 미만 단기계약직의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고용 불안정성에 비례하는 추가 보상제도를 시행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그야말로 '공약'이지만, 만약 현실화한다면 노동시장에는 또한번의 대형 쓰나미가 닥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우선 '정규직 고용 법제화' 공약입니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4조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제2항에서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동 2년을 초과한 시점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의 공약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채용단계부터 상시·지속 업무 등의 경우라면 정규직으로 채용할 것을 강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비정규직 공정수당'도 경영계가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공약의 취지는 1년 미만 단기계약직의 고용 불안을 감안해 추가적인 보상을 해주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기업들이 왜 단기계약직을 활용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서 나온 공약이라는 지적입니다.
이 후보는 또 경기지사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지방자치단체 근로감독도 공언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과 임금체불을 효율적으로 지도·감독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지자체 근로감독 협력 모델을 만들고, 이를 위해 근로감독관을 충분히 증원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경기도의 근로감독 공유(협력) 요청에 거부 의사를 보여왔지만 이 후보가 집권 시 지자체 근로감독은 현실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주요 공약으로 밀고 있는 주4일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이 후보는 주4.5일제를 제시했습니다. 이 후보는 "주4.5일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선도적으로 주4일 또는 주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유력 양강 후보의 공약의 색깔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분야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주52시간와 관련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고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업장·근로자 별로 적용을 달리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윤 후보 당선 시 현재 6개월까지만 허용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근로시간 문제와 관련 노사합의 제도 개편 등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윤 후보는 5인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민주당과는 다소 결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윤 후보는 지난 3일 TV토론에 나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은 노동기본권과 관련된 것은 하되 임금 지급 문제와 관련된 규정은 (소규모 사업장 사정이) 열악하니 상황을 봐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공무원·교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적용 등에 대해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동의한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자신만의 색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 후보는 최근 두 차례 TV토론에서도 "강성 귀족노조가 청년 일자리를 원천 차단하는 경우가 많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노동이사의 85%가 노조 출신"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공기업 개혁이 잘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향후 안 후보와 윤 후보 간 단일화가 성사되면 두 후보의 노동관이 어떻게 믹스될지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우선 노동이슈에 대해 그나마 가장 구체적이고 정리된 공약을 내놓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입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6일 '노동정책 공약 발표문'을 내놨습니다. 눈길 끄는 몇 대목을 살펴봤습니다. 총 6가지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두 번째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고용원칙과 적정임금제도'입니다. 이 후보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원칙을 법제화하겠다"며 "이와 함께 고용보장을 위해 용역회사가 바뀌더라도 고용관계가 승계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공정임금위원회를 설치하고 직무에 대한 객관적 가치평가,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표준임금체계를 도입해 임금제도의 종합적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직접고용 1년 미만 단기계약직의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고용 불안정성에 비례하는 추가 보상제도를 시행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그야말로 '공약'이지만, 만약 현실화한다면 노동시장에는 또한번의 대형 쓰나미가 닥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우선 '정규직 고용 법제화' 공약입니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4조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제2항에서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동 2년을 초과한 시점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의 공약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채용단계부터 상시·지속 업무 등의 경우라면 정규직으로 채용할 것을 강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비정규직 공정수당'도 경영계가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공약의 취지는 1년 미만 단기계약직의 고용 불안을 감안해 추가적인 보상을 해주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기업들이 왜 단기계약직을 활용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서 나온 공약이라는 지적입니다.
이 후보는 또 경기지사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지방자치단체 근로감독도 공언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과 임금체불을 효율적으로 지도·감독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지자체 근로감독 협력 모델을 만들고, 이를 위해 근로감독관을 충분히 증원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경기도의 근로감독 공유(협력) 요청에 거부 의사를 보여왔지만 이 후보가 집권 시 지자체 근로감독은 현실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주요 공약으로 밀고 있는 주4일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이 후보는 주4.5일제를 제시했습니다. 이 후보는 "주4.5일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선도적으로 주4일 또는 주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유력 양강 후보의 공약의 색깔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분야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주52시간와 관련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고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업장·근로자 별로 적용을 달리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윤 후보 당선 시 현재 6개월까지만 허용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근로시간 문제와 관련 노사합의 제도 개편 등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윤 후보는 5인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민주당과는 다소 결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윤 후보는 지난 3일 TV토론에 나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은 노동기본권과 관련된 것은 하되 임금 지급 문제와 관련된 규정은 (소규모 사업장 사정이) 열악하니 상황을 봐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공무원·교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적용 등에 대해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동의한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자신만의 색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 후보는 최근 두 차례 TV토론에서도 "강성 귀족노조가 청년 일자리를 원천 차단하는 경우가 많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노동이사의 85%가 노조 출신"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공기업 개혁이 잘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향후 안 후보와 윤 후보 간 단일화가 성사되면 두 후보의 노동관이 어떻게 믹스될지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